[비즈니스포스트] 대형 건설사들이 한강변 인근 여의도 아파트들의 재건축 수주 경쟁에 군불을 떼고 있다.
한양아파트와 시범아파트를 비롯한 여의도의 오래된 저층 아파트 단지들은 현재 초고층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도시정비시장은 자재값 상승과 부동산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사업성과 상징성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여의도 재건축사업에 건설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 서울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최고 200m(적정 층수 54층) 이하 1천 세대 규모 주상복합단지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사진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
3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여의도 아파트지구와 국제금융지구의 높이규제를 연달아 완화하고 초고층 개발 의지를 본격화하면서 여의도 재건축시장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여의도 일대는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의 대형 건설사들이 집결해 경쟁입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과 노량진 등의 주요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주력 건설사 윤곽이 드러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을 피하는 모습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올해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 미분양 위험 등 주택사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도시정비 수주전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수주했던 사업들도 수익성을 다시 검토할 정도다.
하지만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시범아파트, 광장아파트, 대교아파트 등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등 1군 건설사 대부분이 현수막을 걸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의 ‘반백살’ 아파트들은 현재 12층, 13층 저층에서 50층, 60층 높이로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가 용적률과 높이규제 등을 대폭 완화해주면서 다른 서울 핵심 사업장들과 비교해도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3.3㎡당 일반 분양가가 6천만 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일반 분양가가 가장 비쌌던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3.3㎡당 5669만 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구보에 따르면 여의도 재건축 1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양아파트는 3.3㎡당 일반 분양가가 5998만~6068만 원으로 추산됐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1975년 준공된 8개 동, 588세대 단지다. 지하철 5호선, 9호선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 사이 한강변과 인접한 입지에 위치해 있다.
한양아파트는 올해 1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면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금융특화단지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한양아파트는 용적률 최고 800%(권장 600%)가 적용돼 기존 최고 12층에서 최고 54층, 1천 세대 규모 아파트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이 300세대가 넘고 오피스텔도 220세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양아파트 단지에는 올해 초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10대 건설사 가운데 7곳이 현수막을 걸었다.
한양아파트는 6월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고 10월에는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 대형 건설사들이 한강변 인근 여의도 아파트들의 재건축 수주 경쟁에 군불을 떼고 있다. 사진은 65층 높이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재건축 수주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범아파트도 한양아파트와 비슷하게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까지 10대 건설사 가운데 8곳이 눈도장을 찍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된 24개 동 1584세대 단지로 여의도 재건축 ‘대장주’로 꼽혀왔다.
시범아파트는 2022년 11월 서울시 대규모 재건축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돼 기존 최고 13층 높이에서 65층, 2500세대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대교아파트(59층), 삼부아파트(55~56층), 한양아파트(54층), 공작아파트(49층) 등 1970년대 지어진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의 초고층 재건축 경쟁에서도 가장 높은 층수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63스퀘어(63빌딩)를 옆에 두고 여의도 한강공원을 끼고 있는 단지다. 앞쪽으로 가리는 것 없는 한강 조망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올해 3월 정비계획에서 일반 분양가를 3.3㎡당 64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여의도는 이밖에도 한강변 인근의 대교아파트, 삼부아파트, 목화아파트, 삼익아파트, 은하아파트, 장미아파트, 화랑아파트 등이 용도지역 변경 등을 통해 용적률을 400%에서 최고 800%(권장 600%)까지 적용받고 초고층 재건축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은 여의도 재건축 수주전에서 한강변 초고층 브랜드타운 조성 등을 노려볼 수도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여의도 초고층 개발을 주도하고 있어 빠른 사업진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 요인이다.
서울시는 앞서 4월 여의도 아파트 11곳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최고 높이 200m까지 재건축할 수 있게 하는 등 용적률과 건폐율 규제를 완화했다.
최근에는 동여의도 일대(11만586㎥)를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서울 여의도 금융중심지 혁신디자인 건축물에 최대 용적률 1200%가 적용되고 높이규제도 폐지돼 350m 이상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여의도는 부동산시장도 재건축 호재에 반응해 활기를 띄고 있다. 여의도는 한양, 시범, 광장, 삼부, 수정, 은하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올해 4월과 5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20건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14건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 매물의 매매가격도 오름세를 보인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5월 전용면적 79.24㎡ 매물이 17억6천만 원에 중개거래됐다. 올해 1월 15억~16억 원 수준에 거래됐는데 4월부터 17억 원대로 올라섰다.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18.12m²도 5월 22억 원에 거래돼 올해 초 20억 원 수준보다 2억 원가량 올랐다.
여의도역 인근의 광장아파트 전용면적 138㎡는 2021년 4월(21억 원) 뒤 거래가 없다가 올해 1월 22억5천만 원, 4월과 5월에는 각각 23억7500만 원, 23억3천만 원에 매매됐다.
9호선 샛강역 인근의 여의도 진주아파트 전용면적 72㎡도 올해 4월 15억 원에 매매돼 최고가를 다시 썼다. 진주아파트 이 면적은 지난해 시세보다 크게 낮았던 직거래 한 건 외에는 2019년 5월 11억 원에 팔렸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입지가 워낙 좋다”며 "아직 입찰공고 등 일정과 조건이 구체화되기까지 시일이 걸리겠지만 많은 건설사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