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해서 심해지고 있다. 이 격랑 속에서 떠오르고 있는 자원이 바로 희토류다.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토양’, 즉 지구상에 희귀하게 존재하는 금속을 말한다. 원자번호 57번(란타넘)부터 71번(루테튬)까지 15개의 원소, 그리고 21번(스칸듐), 39번(이트륨)을 포함한 17개의 원소가 바로 ‘희토류’다.
이 희토류는 현대 첨단산업에 굉장히 많이, 중요하게 쓰인다. 또한 중국이 세계에서 필요한 희토류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외교의 비장의 무기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바로 희토류다.
최근 중국이 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올해 안으로 ‘수출 금지, 수출 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을 시행하려 하고 있는데, 이 개정안에서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품목 가운데 바로 희토류의 추출과 분리, 금속재 생산 기술, 그리고 고성능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이 들어있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에 나섰을 때 실제로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기업은 바로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희토류 공급망이 망가지면 골치아파지는 이유는 바로 현대차가 ‘모빌리티’ 기업이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을 제외하고 현대차의 ‘모빌리티’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 모터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소재가 바로 희토류 원소인 원소번호 60번, 네오디뮴이다.
친환경차 진영이 전기차와 수소차로 나눠져 있지만 사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차이는 모터를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돌리느냐, 수소연료전지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돌리느냐의 차이일 뿐 어쨌든 ‘전기로 모터를 돌린다’는 개념 자체는 동일하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마찬가지다. UAM의 회전익을 돌리는 데에도 반드시 모터가 필요하다. 현대차가 모빌리티 기업인 이상, 모터와 현대차는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모터의 성능은 바로 자력이 결정한다. 모터가 돌아가는 원리 자체가 자석의 척력과 인력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네오디뮴과 붕소, 철을 섞어서 만드는 네오디뮴 자석은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자석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자석이다. 네오디뮤 자석의 자력은 자석이 서로 붙다가 저혼자 깨져버리는 일이 종종 생길 정도로 강하다.
좀 더 좋은 전기차, 수소차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현대차에게, 네오디뮴 자석의 공급은 절대로 끊겨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현대차에게 희토류 공급망과 관련된 대책은 있을까?
현대차는 두가지 측면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대비하고 있다. 바로 공급망과 기술이다.
현대차는 2022년 11월 호주의 희토류 기업 아라푸라 리소시스와 네오디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공급받는 네오디뮴은 첫해에 600톤, 4년 차 이후로는 1년에 약 1500톤이다.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데 약 1~2kg 정도의 네오디뮴이 들어간다는 것을 살피면 4년 차 이후 기준으로 매년 약 75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양인 셈이다.
현대차는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6대 원자재 관리항목을 선정하고 시황 변동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손익 영향 자동 산출시스템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6대 원자재에도 당연히 네오디뮴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희토류를 들여오는 방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공급망을 아무리 관리하더라도, 풍족한 양을 공급받기로 했어도 어쨌든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인 만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네오디뮴 자석이 필요없는 구동모터 개발을 통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국 현대차그룹 고문은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당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대차그룹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구동모터 선행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기사를 검색해보면 현대차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서 네오디뮴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 모터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온다. 당장 테슬라도 최근에 네오디뮴이 필요없는 모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효율이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사용하는 전기차 모터의 효율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심지어 그 모터에 네오디뮴이 어느정도 들어가느냐에 따라서도 성능이 팍팍 달라지기 때문에 그 엄청난 효율을 대체하거나 혹은 넘어서는 모터가 나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전을 앞당기는 것은 ‘결핍’이다. 사실 희토류는 중국의 무기화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굉장히 많은 문제가 있다. 채굴하는데 굉장히 많은 양의 노동력이 들어갈 뿐 아니라, 채굴 과정이 유발하는 환경오염도 상당하다.
우리나라에도 약 2300만 톤 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돼있다고 하는데, 이걸 마음껏 캐내서 쓰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희토류는 중국의 무기화와 별개로, 어쨌든 사용을 줄여가야 하는 자원인 셈이다.
이종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희토류 자원무기화, 그 위력과 한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은 중국 외 희토류 생산 가동 및 대체 기술개발을 촉진해 중국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며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정밀기기의 소형화 및 에너지 절약 기술에 필수 소재인만큼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리사이클 기술 및 대체재 기술개발을 전략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