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동결한 뒤 이창용 총재가 시장 기대와 달리 매파적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6월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이슈가 증시 상승모멘텀에 제한적인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고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살아있는 반도체 업종 등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매파 발언을 쏟아냈으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는 등 6월 증시에 대한 기상도가 불투명하다. |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이로써 3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개인마다 매파와 비둘기파 온도차가 있자 미국 증시가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오고가는 등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증시의 민감도가 높다. 이에 시장은 이날 이 총재의 발언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국내 증시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감이 생기고 있었으나 이 총재는 이날 그런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과도하며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최종 금리를 3.75% 수준으로 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명확히 배제하진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물가 수준과 성장률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이다”며 “연내 인하 가능성은 더욱 제한적이다”고 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물가 둔화의 관찰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가 내년 2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의사록에서도 언급된 대로 물가가 점점 하락해 10월부터 금통위 위원 가운데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다”며 “경제의 하방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면 10월 기준금리 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중 물가가 안정돼 통화정책 초점이 경기 및 금융 안정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국은행이 4분기 금리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나 당분간은 기준금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증시는 지금과 유사한 행보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도체 업종의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차전지 업종이 주춤한 가운데 KRX 반도체지수는 이달 들어 총 7.45% 상승하며 국내 증시 주도 업종이 됐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감산 동참으로 업황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다.
전날인 24일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수령한 뒤에도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중국 내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면 중국 반도체 업체를 견제하는 효과를 미국 입장에서는 거둘 수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 생산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또 미국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칩 수요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고객사인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5.94%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특히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매수세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691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식도 1조435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보여준 것처럼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당분간 최우선 선택지는 반도체인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