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3연속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가 5월25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비즈니스포스트] “호주중앙은행도 지켜보겠다고 해 놓고 지난 달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국이 절대로 그렇게 못 할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달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는 금융통화위원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종일관 직설적 발언을 이어갔다.
25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통화정책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 동결했다. 3연속 동결 결정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결정 뒤 배포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돼 현재 긴축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긴축흐름 유지 관점에서 4월 통화정책방향문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 총재 태도는 지난달보다 매파적이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가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속도는 예상보다 더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금리결정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월 금통위가 끝난 뒤에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파적 흐름이 더 거세진 셈이다.
이 총재는 이에 더해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1.75%포인트)로 벌어졌더라도 기준금리 결정에 큰 요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에는 올해 내내 한국과 미국 사이 기준금리차가 커지면서 환율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왔다.
이 총재는 “정말 부탁하고 싶다”며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격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고 금리격차만 보는 것은 경험에도 이론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기준금리차이가 (1.75%포인트까지) 커졌지만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주니 환율이 지난 몇 주에는 오히려 내려가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올랐다. 하지만 연준이 3일(현지시각) FOMC에서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자 하락했다.
이 총재가 강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둔화했더라도 에너지와 식료품 등 계절적 요인이 큰 품목을 제거하고 나면 물가는 여전히 높고 정책목표인 2%도 웃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 3.0%에서 3.3%로 올려 잡았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올해 말까지 3% 안팎으로 수렴할 가능성은 불확실성도 없어져 지난달보다 더 명확해진 것 같다”며 “다만 3%에서 목표인 2%로 내려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올해 말 이후의 일일텐데 오히려 확신이 줄었다”고 바라봤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 간담회와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상가능성을 남겨뒀지만 인하는 강하게 부인했다는 점에서 연내 동결을 유지할 것이다”며 “성장률도 상대적 관점에서는 비관적이지 않은 수준을 고려하면 연내 인하 가능성은 더욱 제한적이다”고 바라봤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과 외환부문 위험을 고려하면 3분기까지는 한은의 금리동결기조가 이어질 것이다”며 “다만 경기침체와 세수부족 등 대내적 요인을 종합해 보면 10월부터는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고 이 요인들이 거세지면 10월 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