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하방을 다지고 있고 해외 플랜트 수주 기대감이 커져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주택 수요 위축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건설주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을 지나고 있다"면서도 "긍정적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 건설업종 업황에 주택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고 해외 플랜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
김 연구원은 "미분양이 고점과 비교해 한 풀 꺾이고 주간 단위 전세가격 하락폭 축소도 확인되고 있어 주택시장 안정화가 기대된다"며 "해외 플랜트 수주도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을 필두로 글로벌 오일앤가스,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 증가로 인한 훈풍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시장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월 기준 전국 미분양은 7만2104 세대로 2월 7만5359세대 보다 4.4% 감소했다. 절대적 기준으로 높은 미분양 물량 수준이지만 가파르게 늘어나던 미분양이 줄어든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 지역 미분양 감소가 두드러졌고 미분양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된 대구도 한풀 꺾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늘고 있는 것도 주택업황이 바닥에 근접한 신호로 여겨진다. 올해 3월 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8926세대로 2월보다 24.2% 늘었다.
전국 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량의 장기 월평균이 5만 세대이고 고점을 제외한 평균 기준 최소 정상거래 수준이 4만 세대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 수준 가까이 회복했다는 뜻이다.
서울을 따로 보면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기준 3234세대로 2월 2286세대보다 약 40% 증가했다. 고점을 제외한 서울 아파트 최소 정상거래 수준 월 4천 세대에 다가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거래량은 2022년 11월 761세대로 역사적 최저점을 기록한 뒤 12월 1001세대, 2023년 1월 1161세대, 2월 2286세대, 3월 3234세대로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낸다.
다만 부동산 가격은 곧바로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김 연구원은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4월 기준 전국과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소득과 비교해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던 점을 보면 거래량 상승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물량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경착륙 수준의 물량 감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잔고가 역사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정비 사업을 앞세운 수도권 물량들이 분양을 대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해외에서는 대규모 플랜트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플랜트 전방산업인 에너지 업체들의 자본지출(CAPEX)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유·화학업체 호실적과 고유가 지속에 따른 중동 국가의 재정 여건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추이와 관련성이 높은 대목이다.
수주 경쟁력은 각 사마다 다를 수 있어도 수주 시장이 확대되면 낙수효과에 따라 수주 실적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동에서는 가스 관련 발주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동은 수주액을 기준으로 한국 건설사의 시장점유율이 10% 수준으로 추산되는 곳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맥더모트(McDermott), 이탈리아 사이펨(Saipem)과 손잡고 아랍에미리트(UAE) LNG(액화천연가스)수출터미널과 관련된 45억 달러 규모의 사업에 입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프랑스 테크닙(Technip) 이탈리아 테크니몽(Tecnimont)은 팀을 이뤄 계약이 취소됐던 아랍에미리트 가스전개발 프로젝트에 재입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수주 건당 평균 계약액이 증가했고 플랜트 수주 출혈 경쟁이 없어져 이익률 안정화도 기대된다"며 "플랜트 부문에서의 구조적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주 다변화가 일어나면서 중동 중심으로 형성됐던 수주 의존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여겨졌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