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실적과 수주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실적에 빛이 바랠 수 있어서 이 사장은 올해 안전경영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안전경영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하반기로 갈수록 좋은 실적 흐름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 자칫 중대재해라도 발생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이 사장으로서도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만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신경쓰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조선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영업흑자 기조로 전환한 뒤 안정적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6329억 원, 영업손실 415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애초 HD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 352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한 잠정 실적치를 공개했지만 2005년 수주한 해양플랜트 공사의 하자배상 금액을 뒤늦게 반영해 영업손실로 정정공시를 냈다.
다만 과거 배상금과 관련한 비용은 일회성 요인인 만큼 흑자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영업적자로 전환됐지만 향후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불가피했던 일회성 요인인 점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경상적 실적은 상저하고 패턴으로 점차 개선되는 추세가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조선업황 전망도 밝은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선박 발주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선박 가격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이 양질의 수주잔고를 쌓는 데 유리한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매출 기준으로 3년 정도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무조건적 수주 증가가 아니라 수주의 질(가격)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수주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2023년 국내 조선사들은 도크 판매 규모를 1년치 정도로 제한해 가격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높은 수주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조선업종은 최초 수주 시점과 수주 성과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시점까지 간격이 긴 편인데 낮은 가격에 수주한 물량을 털어내기까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2021년 이전에 수주한 저가 물량을 거의 소진한 만큼 이제 비로소 높은 가격으로 쌓은 일감이 실적에 반영될 시점이 됐고 이에 따라 앞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2021년과 2022년 모두 1조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보는 고난의 행군 끝에 찾아온 뚜렷한 실적 개선세는 이상균 사장에게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안전사고와 관련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안전 최우선’ 경영방침을 확립하는 것은 이 사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나 구성원의 사기 등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 게다가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노동자 2명 이상이 중상을 입은 때에는 사업주와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위험을 안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비록 HD현대중공업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재무적 손실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무형의 손실이나 생산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상균 사장도 그동안 안전경영을 강조해왔다.
이 사장은 HD현대중공업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 2020년 5월 옛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를 맡으며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계열사의 안전경영체제를 구축하는 일을 추진했다.
이후 2021년 10월26일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에도 줄곧 안전경영에 힘썼다.
하지만 이 기간 HD현대중공업에서는 꾸준히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이 사장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2021년에는 △2월 대조립공장에서 근로자가 철판에 끼여 숨지는 사고 △5월 원유운반선 용접근로자가 10여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 △7월 블라스팅셀공장 지붕 교체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25m 높이의 지부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 △9월 굴삭기에 치이는 사고 등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이 사장은 2021년 2월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울산지방법원으로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 뒤 HD현대중공업에선 2022년에도 △1월 크레인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철판에 끼어 숨진 사고 △4월 폭발로 협력업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 등이 있었다.
이 사장은 이런 불상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안전 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 사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공동명의 신년사에서도 “안전 최우선은 변하지 않는 경영가치”라며 안정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중대재해 사고를 경험한 뒤 안전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직 체계를 구비해왔다.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안전기획실과 현장 안전을 담당하는 각 사업부 안전 조직을 통합해 안전통합경영실로 개편하는 한편 안전경영위원회와 안전·생산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안전·생산심의위원회는 최고안전책임자 주최로 각 생산 부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시로 개최되며 공정 불안정 등 안전 위해 요소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한다.
이런 덕분에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넘게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사장 개인적으로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있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는 2027년까지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자율안전 경영시스템 구축, 안전 최우선 문화 확립, 스마트 안전 작업장 구현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