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애플로 추정되는 대형 고객사의 차세대 PC용 중앙처리장치(CPU)에 쓰일 고부가 반도체기판의 개발을 최근 마무리지은 것으로 파악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고성능 PC와 노트북뿐 아니라 서버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분야까지 고부가 반도체기판 사업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 22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술에 기반한 고성능 PC와 노트북 CPU용 차세대 반도체기판이 개발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기>
22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고성능 PC와 노트북에 들어갈 CPU용 차세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반도체기판의 개발을 1분기에 마쳤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기판에 연결해주는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기판이다. 고성능 노트북이나 PC, AI(인공지능)서버 등에 쓰여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전자업계에선 이번에 개발된 삼성전기의 CPU용 차세대 반도체기판이 애플에 납품될 FC-BGA일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기는 과거 애플의 자체제작 통합 프로세서(SoC) M1프로세서와 M2프로세서에 필요한 FC-BGA를 만들어 납품한 실적을 쌓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이번에 애플의 차세대 통합 프로세서에 들어갈 FC-BGA도 개발해 곧 양산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덕현 사장은 애플 같은 거대 고객사를 발판으로 삼아 고성능 PC와 노트북 시장에서 FC-BGA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2023년 1분기 실적 관련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노트북과 PC용 CPU(중앙처리장치)용 반도체기판 등 하이엔드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원택 삼성전기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하반기 업황과 관련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가시화, PC 등 IT 세트(완제품)의 계절적 물량 증가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올해 하반기 글로벌 IT기기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3년 2분기 후반부터 PC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며 2023년 하반기에는 프리미엄·플래그십 소비자 제품 라인과 서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신제품 출시, 기저효과, '618 페스티벌' 등을 고려할 때 IT기기 수요개선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618 페스티벌은 중국의 대규모 온라인 쇼핑 행사이다.
장 사장은 취임 초부터 고부가 반도체기판인 FC-BGA 투자 확대에 힘을 쏟았다.
▲ 삼성전기 2월26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장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장 사장이 2022년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은 뒤 올해까지 투입했거나 집행할 FC-BGA 누적 설비투자액은 1조9천억 원에 이른다. 반도체기판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의 2021년 한 해 설비투자가 2229억 원이었는데 장 사장은 그 9배가량을 FC-BGA에 투자하는 셈이다.
장 사장은 2022년 3월16일 열린 주주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패키지 기판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며 “앞으로 서버나 네트워크, 하이엔드(최고성능) PC를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고객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 따라 장 사장은 고성능 PC와 서버 등에 쓰이는 FC-BGA 투자를 확대해 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2022년 11월에 서버용 FC-BGA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적용할 수 있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FC-BGA를 개발하기도 했다.
장 사장은 2023년 1월2일 신년 메시지를 통해서도 “기존 주력 시장뿐만 아니라 자동차·서버 등 성장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