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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챗GPT 위협 직면한 네이버, 서치GPT는 기술기업 정체성 시험대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05-1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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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네이버의 인공지능 언어모델, 서치GPT 서비스의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네이버는 올해 7월에 챗GPT와 비슷한 서치GPT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원래 인공지능 분야에 강점이 있는 회사인 만큼 기대를 갖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네이버가 그냥 챗GPT가 불러온 인공지능 언어 모델의 바람에 좀 올라타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섞인 의견도 나온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네이버가 그저 바람에 올라타기 위해 서치GPT를 출시하는 것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챗GPT의 대두는 네이버에게는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커다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보도록 하겠다. 네이버라는 기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검색엔진 기업일까, 아니면 요즘 많은 수익이 나고 있다는 이커머스 기업일까? 그도 아니라면, 최근에 북미 유럽에서까지 웹툰과 웹소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네이버는 콘텐츠 기업일까?

물론 이 모든 이야기가 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네이버의 연차 보고서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1년 연차보고서에서 “네이버는 미래 기술을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플랫폼으로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합니다”고 스스로를 규정했다. 

검색엔진이든, 이커머스든, 콘텐츠든, 핀테크나 데이터 사업이든, 혹은 아직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이든, 네이버의 모든 사업의 기반에는 바로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라는 기업의 본질은 ‘기술’인 셈이다.

만약에 네이버의 본질이 검색엔진 기업이라면, 커머스 기업이라면 사실 챗GPT의 대두는 네이버에게 큰 위기라고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챗GPT는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챗GPT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올리고 싶으면 그냥 쓰면 된다. 만약 오픈소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용료를 내고 쓰면 될 일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 기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공지능 기술은 미래 기술산업의 대부분을 좌우하게 될, 그야말로 ‘기반 기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자율주행도, 빅데이터도, 메타버스도, 수많은 미래 기술들이 전부 직간접적으로 인공지능과 관련돼있다.

이런 인공지능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다른 곳의 오픈소스를 활용하거나, 다른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사서 쓰는 기업을 ‘기술 기업’이라고 부를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자동차의 본질은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하는 건 바로 내연기관에서는 엔진, 전기차에서는 모터다.

아무리 전기차의 핵심이 배터리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LG엔솔이나 삼성SDI, SK온을 전기차 회사라고 부르지 않고 배터리 회사라고 부른다. 우리가 전기차 회사라고 부르는 곳은, 자동차의 본질인 모터를 만드는 현대차, 테슬라 등이다.

네이버에게 인공지능이란 기업의 본질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서치GPT를 통해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소비자들이, 세계가 네이버를 ‘기술 기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서치GPT를 예고하면서 유독 ‘한국어’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어 데이터, 한국어 처리능력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다고 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한국어를 강조하는 이유 역시 지금까지 말했던 기술플랫폼으로서 네이버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알 수 있다.

기술에서는 일단 경쟁사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우위를 차지하는 절대적인 기술 강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기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한 단 하나는 경쟁사의 기술보다 나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기술은 보안이 경쟁사보다 철저하다든지, 아니면 속도가 빠르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서 여러 비슷한 기술 가운데 그 기술을 선택할 수 잇게 된다.

네이버는 그 차별화 지점을 한국어로 잡은 셈이다. 

한국어 처리능력 강조는 ‘본진 지키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가 계속해서 한국어 서비스 강점을 내세우는 이유도 “절대로 한국 시장만은 사수하겠다”라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상당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토종 IT 서비스를 상당히 사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을 이긴 것이 그렇고, 한글이 MS워드를 이긴 것이 그렇다.

네이버는 실제로 이 부분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조직을 확대개편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조직은 네이버 클라우드 산하에 있다.

네이버는 기존에 있던 조직인 ‘하이퍼스케일AI’를 확대하고 새로운 조직은 ‘AI이노베이션’도 신설했다. 

이 새로운 조직인 AI이노베이션의 센터장을 맡게 된 하정우 전 네이버AI랩 소장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 “데이터 주권을 송두리째 흔들 의제인 플러그인 생태계와 각 국가 언어 중심의 경쟁력 있는 자체 초거대AI가 없다면 기술 종속국이 될 것”이라며 “네이버클라우드는 한국어 중심 하이퍼클로바X와 현실적인 국가별 소버린 초거대AI를 통해 국가별 데이터주권 및 초거대AI주권 수호와 생태계 확장을 돕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네이버 서치GPT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더 나아가서 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성공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먼저, 네이버는 생각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언어처리 능력에서는 정말 뛰어난 능력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요즈음 대학생들 중에 필기노트, 혹은 필기용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 이면에는 바로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의 음성분석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노트가 교수의 강의내용을 인식해 바로 강의록처럼 토씨 하나까지 모두 적어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클로바노트를 이용한 유튜브 영상 복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었다. 그만큼 클로바노트의 언어처리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또한 네이버가 한국어 처리능력이나 데이터의 우수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에 한국어로 된 검색결과를 네이버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 네이버는 이런 강점들이 지금 챗GPT의 ‘단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거짓말(할루시네이션)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 2022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어로는 가장 고품질의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며 “생성형 AI의 단점인 신뢰성·최신성 부족 그리고 해외 업체들의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해 발생한 정확성 저하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네이버 주가는 현재 고점 대비 45% 수준이다. 2021년 중반부터 꾸준히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한참 동안 주식시장에 인공지능 붐이 일어났을 때에도 네이버 주가는 그리 주목할만한 회복세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네이버는 스스로 인공지능에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조금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챗GPT가 불러온 인공지능 열풍은 지금까지 반짝했던 다른 테마들과는 조금 질이 다르다. 인공지능은 각종 미래기술의 기반 기술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문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주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 네이버 주가의 고점 회복을 기술플랫폼 네이버가 인공지능 기술을 토대로 반드시 이뤄내주기를 기대해 본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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