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실적 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 안으로 다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본다.
케이뱅크가 기업공개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는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까지 서 행장 취임 뒤 8분기 연속 흘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실적이 후퇴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2023년 1분기 영업이익 120억 원, 순이익 104억 원을 거뒀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55.6%, 순이익은 57.5% 급감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는 충당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 확대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 등이 이어지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이를 대비하고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충당금으로 601억2천만 원을 잡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립한 196억 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22년 1분기 순이익이 245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늘어난 충당금 규모가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서 행장은 이번 1분기 실적을 두고 “올해 1분기는 선제적 건전성 관리에 집중했다”며 “이익 체력이 다져진 만큼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편 시장에서 더 매력적인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서 행장이 케이뱅크의 성장성을 입증해 올해 안으로 기업공개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1분기 실적이 뒷걸음질치면서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케이뱅크 성장성이 입증되면 서 행장이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서 행장은 올해 2월27일 기존에 운영하던 PC뱅킹을 포기하며 모바일뱅킹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금융플랫폼을 보강할 경력직 개발자들을 대거 채용할 준비도 했다. 5월 안으로 채용 절차를 마무리한다.
고객 수를 늘리는 데도 힘을 쏟았다.
케이뱅크는 3월에만 2차례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KB증권 등과 협업도 늘렸다.
서 행장은 최근 모임통장 상품을 출시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모임통장은 상품 특성상 여러 고객을 한꺼번에 데려올 수 있어 금융플랫폼의 고객 수를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가 올해 2분기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며 모임통장을 통한 이익확대에도 애쓰겠다고 발표한 만큼 2분기 실적을 통해 향후 케이뱅크의 성장성 입증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케이뱅크의 성장성을 입증할 길은 아직 조금 멀어 보인다.
인터넷은행은 지점이 없는 만큼 운영하는 금융플랫폼에 방문하는 고객 수가 성장성을 입증할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자주 많이 찾는 고객이 많을수록 그 인터넷은행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고객 수 871만 명을 기록했다. 국내 인터넷은행 1위 카카오뱅크 2118만 명과는 차이가 크다. 게다가 3위 토스뱅크의 추격이 매섭다. 토스뱅크는 약 650만 명의 고객 수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설립한 지 1년6개월여가 된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토스뱅크는 모회사 토스가 보유하고 있는 2천만 고객을 잠재 고객 수로 평가받고 있어 앞으로 케이뱅크를 앞질러 2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크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기업공개를 추진했었다. 2022년 9월20일 한국거래소 예비 심사를 통과해 올해 3월까지 과정을 마쳐야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었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진 케이뱅크는 기업공개를 포기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