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북미와 유럽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입지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아시아시장으로 글로벌 배터리 경쟁전선이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시아시장은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선두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북미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꾸준히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최근 인도 델리에 법인을 설립하고 내수용 경전기차(LEV)배터리 팩과 셀을 제조,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이 높은 만큼 인도시장 확대를 위해 법인을 설립했다”며 “아직 초기단계라 사업 방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배터리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인구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성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에서도 영업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인도네시아에 다량 매장돼 있는 배터리 광물 니켈을 확보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진출 배경에는 아세안 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의도 역시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인구 약 2억7700만 명을 보유한 대국인 데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은 약 6억 명의 거대 시장이다.
아세안자유무역협약 참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면 아세안 시장에서 전기차를 팔 때 관세 혜택을 보게 된다. 6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소비시장을 공략할 든든한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인도와 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는 인구 구조를 볼 때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지금도 최대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을 제외하면 평균 연령도 낮은 편이다.
현재는 북미 시장이 경제력과 낮은 전기차 보급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우호적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배터리 경쟁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선두를 노리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 아시아도 조만간 중요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과 글로벌 선두를 다투는 상황인데 아시아 시장을 두고 두 기업 사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배제 기조에 따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기준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용 배터리시장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1위, CATL은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시장까지 포함하면 CATL과 BYD가 각각 1,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3위다.
최대 경쟁사인 CATL의 안마당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 여전히 중시하고 있는 생산거점이자 소비시장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시장에서 매출 6조674억 원을 내며 유럽(9조6544억 원), 북미(7조753억 원)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대비 성장률은 108.5%에 이른다.
권영수 부회장은 3월 13~16일 중국 난징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며 중국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지역 기반 다변화뿐 아니라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자동차전지뿐 아니라 소형전지(IT기기, 전동공구, 전력구동 등에 주로 탑재), 에너지저장장치(ESS) 역량도 강화하며 글로벌 배터리 강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과 도심항공교통(UAM)에 적용할 수 있는 특수목적용 배터리 공동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화학구성(케미스트리) 다변화 측면에서도 포트폴리오 확장을 꾀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중국 기업들의 주력제품인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시장진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사업 외연을 넓힐 준비도 하고 있다. LFP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에 우선 적용한 뒤 향후 전기차용 고성능 제품 개발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장한다는 내부 방침이 세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권 부회장도 3월 정기주주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LFP배터리양산 시점과 관련해 “올해 일부 에너지저장장치에 적용되는 제품이 나오고 2025년부터는 전기차용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