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5-15 16: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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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판매 신기록을 세운 인도에서 올해도 판매량을 대폭 늘리며 질주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판매량 기준 글로벌 3위 자동차 시장에 등극했는데 앞으로도 높은 성장률을 보여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시장 선두를 향한 '제2의 도약'을 이루는데 주요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에 진출한 뒤 줄곧 현지 2위 그룹을 형성해왔는데 최근 인도 생산능력 확대와 전기차 관련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어 선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인도공장.
15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 통계를 종합하면 인도 시장에서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1∼4월 인도에서 현대차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11.7% 증가한 19만7408대를, 기아는 23.9% 늘어난 9만7951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두 회사의 1~4월 인도 합산 판매량은 29만5359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5% 증가했다.
현대차·기아의 1~4월 인도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21.7%로 인도 마루티와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합작법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은 2위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 21.3%보다 소폭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인도 연간 판매량에서 각각 역대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또 다른 신기록이 가능해 보인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연간 판매량 순위를 보면 마루타스즈키가 157만6025대를 판매해 41.7% 점유율로 1위, 현대차가 55만2511대를 팔아 14.6%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3위 타타자동차 52만6798대(13.9%), 4위 마힌드라 33만5088대(8.9%), 5위 기아 25만4556대(6.7%)가 뒤를 이었다.
2022년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합산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7.5% 증가한 80만7067대로 처음 80만 대 선을 넘어섰는데 이는 현지 생산에 기반한 기아의 급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도는 현지 자동차 생산 확대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70%의 수입차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더욱이 인도 자동차시장은 수익성이 낮은 2만 달러 이하 소형 차종이 주를 이르고 있어 인도에서 차를 팔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거점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기아는 2017년 인도법인(KIN)을 세우고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을 착공한 뒤 2019년 7월 셀토스 생산에 들어가며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기아의 인도 현지 판매량은 2020년 14만505대에서 지난해 25만4556대로 2년 사이 81.1%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HMI)을 설립한 뒤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제1공장을, 2008년에 제2공장을 건설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50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합산 점유율로 20% 대의 여유있는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판매 실적을 놓고 보면 1위 스즈키마루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올해는 현대차가 인도 현지에 대규모 설비 및 전기차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선두 추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현지시각 11일 앞으로 10년 동안 현대차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2천억 루피(약 3조2500억 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김언수 현대차 인도법인 대표이사는 "타밀나두주를 현대차의 인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연산 17만8천 개 규모의 첨단 배터리팩 조립공장을 짓고 앞으로 5년 동안 고속도로 등 주요 거점에 100곳의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현대차 코나EV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3종 모델을 판매해 지난해 기준 전기차 판매 3위(1091대)에 올랐으나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75%로 미미한 수준이다. 현지 전기차시장은 가장 많은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인도 타타모터스가 80%(3만1203대)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4분기부터 현지 전략차종인 크레타EV 생산을 시작해 연간 2만~2만5천 대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인도에 모두 400억 루피(약 6235억원)를 투자해 6종의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대차는 타밀나두주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를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정부는 현재 1%에 못미치는 전기차 비중을 2030년까지 7년 동안 30%로 끌어올리는 공격적 전기차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현지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설비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 75만 대에서 85만 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앞서 3월 현대차 인도법인은 제너럴모터스(GM)의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인수와 관련한 텀시트(주요 거래 조건서)에 서명했다. 텀시트는 본계약에 앞서 부지, 건물, 생산 시설 등 투자 대상의 상황을 파악할 때 작성되는 문서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
GM 탈레가온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자동차 13만 대, 엔진 16만 개 수준에 이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를 놓고 "엔진 공장이 있다는 것은 GM 공장 인수 뒤 설비 재정비를 거치면 완성차 생산능력을 30만 대 이상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파악했다.
기아는 지난해 아난타푸르 공장 근무체계를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고 생산능력을 기존 30만 대에서 40만 대로 확장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 인도 공장 생산능력은 37만3천 대를 보였다.
현대차의 GM 공장 인수와 첸나이 공장 설비 투자가 완료되면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에서 현재 합산 약 110만 대의 생산능력을 2~3년 뒤 155만 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지 1위 완성차업체 마루티스즈키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판매량 기준 476만 대로 일본(420만 대)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국가별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국제연합(UN)은 올해 인도가 인도를 추월해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다르면 세계적으로 1인당 GDP가 2500달러부터 1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 자동차 구매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올해 인도 1인당 GDP는 2700달러로 예상돼 해당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1998년 인도 현지 공장을 건설한 뒤 이듬해부터 현지 시장 2위권을 꾸준히 지켜왔다.
현대차그룹은 가성비 좋은 차를 만드는 브랜드에서 벗어나 좋은 디자인과 성능을 앞세워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순위 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최근 증설 및 전기차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는 '제2의 도약'을 이룰지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