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요한 경쟁 상대로 구글이 등장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웃음 짓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구글 양쪽에 폴더블 올레드 뿐만 아니라 패널 보호용으로 쓰이는 접을 수 있는 유리까지 공급하고 있어서다.
▲ 구글과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맞대결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중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2022년 말부터 접는 올레드 패널과 유리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집행하는 등 폴더블폰 시장 확대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12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최근 공개한 첫 폴더블폰 ‘픽셀 폴드’가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4보다 얇은 두께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픽셀 폴드는 접었을 때 두께가 12mm로 16mm인 갤럭시Z폴드4보다 훨씬 얇다. 이는 그동안 ‘벽돌폰’이라고 불렸던 갤럭시Z폴드의 단점을 대폭 개선한 것이다.
가격은 1799달러(약 238만 원)부터 시작해 갤럭시Z폴드4와 같다.
폰아레나는 “픽셀 폴드는 튼튼한 경첩(힌지)로 잘 설계된 폴더블폰이고 이를 펴서 세웠을 때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많이 추가됐다”며 “세로가 길지 않아 더 편안하고 넓은 화면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구글이 삼성전자와 차별화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의 폴더블폰 출시는 그동안 동아시아 위주로 판매되던 폴더블폰이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예년보다 1개월 정도 앞당긴 7월에 갤럭시Z폴드5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작 대비 생산량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구글과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경쟁 구도가 반가운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Z폴드5와 픽셀 폴드 모두에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픽셀 폴드의 외부 5.8인치, 내부 7.6인치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는데 모두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작한다.
게다가 픽셀 폴드에 디스플레이 보호용으로 들어가는 ‘울트라신글라스(UTG)’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자회사인 ‘도우인시스’ 제품이다.
울트라신글라스는 도우인시스가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기존에 패널 보호용으로 사용되던 투명 폴리이미드(PI)와 비교하면 더 단단하면서도 화면을 부드럽게 열고 닫을 수 있어 화면에 주름이 덜 생긴다는 특징이 있다.
독일 특수유리 생산업체인 ‘쇼트’에서 특수유리를 받아와 이를 도우인시스가 가공한 뒤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 패널에 부착해 삼성전자, 구글 등 고객사에 전달하는 구조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패널과 유리 두 부품에서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UTG 소재를 내재화하기 위해 2019년 도우인시스 지분 27.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현재는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12월 도우인시스의 전환사채를 매입하며 약 42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는 UTC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조치였다.
최주선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의 폴더블 올레드 패널 생산량도 대폭 확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폴더블 모듈 라인을 기존 7개에서 10개로 확대하는 증설 설비를 구축했고 올해 초부터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써 삼성디스플레의 폴더블 올레드 패널 생산량은 기존 연 1700만 대에서 2500만 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분간 폴더블 디스플레이 분야를 독점하며 폴더블폰 시장 확대의 수혜를 모두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 BOE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폴더블 패널을 소량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IT매체 샘모바일은 “BOE는 최근 삼성전자에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만약 삼성전자 MX사업부나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다각화하려고 노력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은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