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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판매 IRA 타격 본격화, 점유율 지킬 보루는 있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3-05-08 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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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영향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방어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해진다면 앞으로 펼쳐질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판매 IRA 타격 본격화, 점유율 지킬 보루는 있다
▲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에서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이익체력을 크게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반드시 전기차 점유율을 지켜야할 때는 전기차 인센티브(판매보조금)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에서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이익체력을 크게 키운 만큼 전기차 점유율 방어를 위한 여력은 충분하다.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 인센티브(판매보조금)를 대폭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셈이다.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법인은 4월 미국에서 각각 7만812대, 6만825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해 현대차는 14.8%, 기아는 15.5% 판매량이 늘었다. 

1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합산 38만2354대의 자동차를 팔아 역대 1분기 최다 판매실적을 새로 쓴 데 이어 4월에도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략 전기차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1년 전보다 판매량이 각각 13%, 52.8% 꺾였다.

1분기 누적 미국 전기차 판매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6.5% 줄어든 1만4703대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같은 기간 유럽 전기차 판매량 3만3831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전기차 판매 감소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990만 원)의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된 영향이 본격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8월 IRA가 발효되면서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이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동차 자체의 북미 조립 요건뿐 아니라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 제조·가공 요건을 추가하는 세부지침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 16종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기차 판매 순위 3위 자리를 지켰지만 앞으로 판매경쟁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전기차 판매 톱5에 오른 1위 테슬라, 2위 GM, 4위 폭스바겐, 5위 포드는 모두 현지에 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추고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 완공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는 데 그룹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 IRA에 따른 보조금 제외 적용을 받지 않는 리스 등 상업용 판매비중을 기존 한자릿수에서 30% 이상으로 크게 늘려 최대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늘리는 단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북미 지역에서 1분기 말 기준 상업용 판매 비중이 35%를 넘어섰고 기아도 4월 해당 비중을 25% 이상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런 단기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돼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의 60% 이상은 여전히 1천만 원 가까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또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업체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현지 전기차 판매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와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내연기관차 판매에서 확보한 수익을 전기차와 공유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연기관차 판매에서 수익성을 크게 키워왔는데 이는 전기차 경쟁에서 직접 차값을 깎아주는 '최후의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수익성이 높은 SUV 라인업을 지속해서 확대해왔는데 SUV 판매 비중은 글로벌 자동차 판매 시장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높다.

현대차의 1분기 미국 시장에서 SUV 판매 비중은 75.1%를 기록했다. 기아도 1분기 미국 판매량 가운데 SUV가 66.9%를 차지해 70% 수준에 육박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판매하는 SUV는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울, 쏘렌토 5차종뿐이었지만 현재는 모두 18종으로 늘었다. 이에 2015년 36%였던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SUV 판매 비중은 2019년 절반을 넘긴 뒤 2021년 62.6%, 지난해 69.9%까지 올랐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1만3644대가 팔려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6.4% 늘었다. 제네시스가 지난해 미국에서 5만6410대가 팔리며 사상 처음 5만 대 판매를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판매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올해 미국 판매법인의 수익성도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HMA)와 기아(KUS) 미국 판매법인은 지난해 각각 순이익 2조5494억2300만 원, 2조5254억7500만 원을 냈다. 두 법인 모두 역대 최대 순이익으로 2021년과 비교해 HMA는 147.9%, KUS는 195.3%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기 전에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현지공장 짓는 1년 정도 시간 동안 보조금 수혜가 가능한 리스 부분을 어느정도 활용할 것"이라며 "그것조차 안 될 때는 인센티브를 가장 낮게 지급하고 있는 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도 "미국 전기차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전체 판매 중 전기차에 해당하는 부분은 인센티브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대리점에 주는 인센티브를 늘려 이를 활용해 차값을 깎아 전기차 판매 경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평균 인센티브는 4월 1606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차는 1081달러, 기아는 819달러로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미국 빅3 완성차업체들의 인센티브는 GM 2026달러, 포드 1496달러, 스텔란티스 2818달러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경쟁업체들보다 차값을 덜 깎아줘도 차를 팔 수 있는 단단한 수요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내연기관차에서 갖춘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할인을 단행하면 판매량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미국 1분기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그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필요에 따라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미국에서 대규모 전기차 할인을 단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3만1천 대의 전기차를 미국에서 판매할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판매량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량에 모두 IRA에 따른 최대 대당 보조금 7500달러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가정해도 소요되는 비용은 9억8250만 달러(약 1조2900억 원)로 현대차·기아 미국법인 합산 순이익 5조749억 원의 25.4% 수준이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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