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GM의 소형 전기차 '볼트EV' 생산 중단은 소비자 선택지를 줄여 결과적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볼트EV 이미지. < GM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GM이 전기차 주력 차종으로 앞세우던 ‘볼트EV’를 단종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전기차 대형화 추세가 뚜렷해져 볼트EV와 같은 소형 차량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을 반영한 만큼 전기차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효과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IT전문지 기즈모도에 따르면 볼트EV의 생산 중단에 관련해 부정적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GM은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볼트EV를 올해 말까지만 제조한 뒤 해당 생산라인을 전기 픽업트럭 ‘시에라’와 ‘실베라도’ 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GM의 이런 발표를 예상치 못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볼트EV가 2016년 처음 출시된 뒤 장기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으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꾸준히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트EV는 미국 기존 출고가가 2만6500달러(약 3548만 원)에 불과한 보급형 모델로 테슬라 등의 고가 전기차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해 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적용하면 사실상 2만 달러도 되지 않는 가격에 신차를 구매할 수 있어 전기차 보급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시장 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기즈모도를 통해 “볼트EV 생산 중단은 소비자들에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기즈모도는 GM이 전기차 라인업을 볼트EV와 같은 소형차에서 중형차 및 픽업트럭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GM의 이런 결정은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 기여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픽업트럭이나 중형 전기차는 화석연료 소모와 배기가스를 통한 오염을 직접적으로 일으키지 않지만 소형 전기차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즈모도는 미국 비영리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전기 픽업트럭의 경우 결과적으로 내연기관 차량 한 대와 비슷한 수준의 환경 악영향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몸집이 큰 전기차는 배터리와 같은 주요 부품에 들어가는 소재 사용량도 많고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만큼 환경 보호에 기여하기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기즈모도는 볼트EV가 출시된 지 오래된 모델인 만큼 전력 효율과 같은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면서도 GM과 같은 기업이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 아쉬운 시각을 내비쳤다.
볼트EV의 단종은 '지구에 나쁜 소식'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중대형 전기차를 선호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이러한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소형 전기차인 볼트EV를 단종하는 방식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 테슬라가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이미지. |
전기차 평균 가격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게 되는 점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늦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나리오로 꼽힌다.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가 대체로 내연기관 차량보다 고가인 만큼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 차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소비자들에게 중대형 전기차만 제공하고 소형 전기차의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볼트EV 생산 중단 시기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즈모도는 가격이 저렴한 소형 전기차의 수요가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동차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테슬라가 출시를 검토중인 소형 전기차 ‘모델2’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오래 전부터 모델3 대비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다양한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한 유럽 전기차업체가 볼트EV를 대체할 제품을 선보이거나 GM이 직접 이와 비슷한 새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포브스도 미국에서 자동차기업들이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고가의 중대형 전기차로 대체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내놓았다.
2023년 현재 기준으로 미국에서 4만 달러 이하에 판매되는 전기차는 5종에 그치는데 볼트EV 이외에는 미국 보조금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시장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자문기관 딜로이트 분석을 인용해 미국 소비자의 52%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주행거리나 충전속도 등 성능 측면보다 가격을 대부분의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포브스는 “전기차 가격과 관련한 잠재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볼트E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완전한 생산 중단 전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