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일렉트릭이 지난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석 대표이사 사장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 사령탑을 맡아 추진한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이 지속해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사장이 지금까지 거둔 경영 성과는 친환경에너지 전력기기로의 사업 확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수주, 실적, 수익성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만큼 친환경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HD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둠에 따라 연간 수주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상향하고 새 먹거리로 점찍은 친환경 솔루션 확대를 비롯한 사업다각화에도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686억 원, 영업이익 463억 원을 냈다. 2021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1.6%, 영업이익은 177.2%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8.1%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주 성과도 좋다. 올해 1분기 수주는 직전 분기보다 21.3% 늘어난 7억9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30억5천만 달러)도 전년 동기 대비 45.2% 늘어났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고 수주도 당초 목표치를 62.1% 초과 달성했는데 이런 흐름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진 것이다.
통상 1분기가 HD현대일렉트릭 사업에서 계절적 비수기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중 '상저하고' 실적 흐름과 지속된 판매가 상승을 감안한다면 2분기 이후 마진도 긍정적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분기 최대 이익 기록은 향후 경신될 여지가 많다”고 바라봤다.
이런 성과는 북미를 비롯한 해외 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업황 호조에도 힘입은 측면이 크지만 전력기기업계에서는 조석 사장의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올해 1분기 실적에는 중동 지역 선별수주에 따른 가격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는데 선별수주는 조석 사장이 취임 뒤 줄곧 강조했던 수익성 중심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조 사장이 HD현대일렉트릭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시기는 전력기기 수주가 줄어 경영난을 겪고 있던 2019년 말이다. 당시 HD현대일렉트릭은 2018년 영업손실 1006억 원, 2019년 영업손실 1567억 원을 내며 위기에 빠져있었다.
조 사장은 고위 관료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력을 지닌 외부 출신 인사로 HD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일렉트릭)에 영입됐는데 HD현대그룹(당시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외부 인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조 사장이 처음이었다.
조 사장은 과거 저가수주 물량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에 나섰고 이런 전략은 HD현대일렉트릭의 흑자기조를 안착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좋은 실적에는 북미 호황뿐 아니라 중동 선별수주에 따른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됐다”고 파악했다.
수익성이 뒷받침된 이익체력을 다진 데다 업황도 당분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석 사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육성하려는 친환경에너지 솔루션사업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일렉트릭 데이’에서 “3년 동안 회사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남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이제 출발점에 선 것이다”라며 “신사업을 확대해 전력기기 제조회사를 넘어 종합 에너지솔루션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친환경에너지 전환 흐름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상풍력 관련 전력기기 분야는 HD현대일렉트릭의 친환경 분야 새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12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리뉴어블에너지와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외 해상풍력 시장 공략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현대일렉트릭은 GE리뉴어블에너지의 초대형 풍력터빈 ‘할리아드(Haliade)-X’의 핵심 부품(나셀)과 발전기의 국내 생산을 담당하며 각종 기자재 및 부품 국산화를 추진해 국내 공급망을 구축한다.
GE리뉴어블에너지는 국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현대일렉트릭과 공동으로 수주 활동을 추진하고 한국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조석 사장은 “해상풍력과 전력발전 분야 핵심 역량을 보유한 양사가 긴말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만큼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수주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전력을 저장장치에 담아두었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친환경에너지 전환 추세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크게 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탓에 이를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 사장이 2022년 2월 전력변환장치 전문기업 플라스포를 인수한 배경에는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플라스포 인수는 HD현대일렉트릭의 첫 외부 인수합병(M&A)이기도 했다.
플라스포는 신재생에너지용 전력변환장치 등 태양광 발전·에너지관리 솔루션사업을 하는 곳이다. 에너지저장장치에 전력변환장치가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플라스포 인수는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조 사장은 수소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꾀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친환경 전력기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세계적 친환경·신재생 발전 투자 확대기조에 맞춰 고객과 시장을 다변화해 나가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