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IBM과 일본 라피더스의 2나노 파운드리 기술 협력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IBM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라피더스의 2나노 미세공정 상용화 목표가 초반부터 걸림돌을 만나며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2나노 반도체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미국 IBM과 라피더스 사이 협력을 두고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한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는 IBM을 상대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IBM이 기술 지식재산(IP)과 사업 기밀을 불법적으로 유출하고 있다는 혐의가 포함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IBM이 라피더스와 2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상용화를 위해 협력하는 내용이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와 소니, 토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 덴소 등 현지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2027년까지 2나노 파운드리시장에 진출해 삼성전자와 TSMC 등 상위 기업을 상대로 경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생기업에 불과한 라피더스가 이러한 공격적 목표를 세운 배경에는 IBM과 기술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IBM이 2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및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EUV(극자외선) 공정 관련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피더스는 일본의 반도체 기술자를 미국의 IBM 연구소에 보내 2나노 반도체 개발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활발히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IBM이 이런 과정에서 자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던 기술을 동의 없이 라피더스에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IBM이 해당 기술과 관련한 권리를 2015년 글로벌파운드리에 매각했던 만큼 IBM과 라피더스와 협력은 계약 위반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IBM이 기술 유출에 대해 피해액을 배상하는 것은 물론 라피더스와 기술 공유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IBM이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파운드리 출신 반도체 기술자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는 점도 기술 유출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됐다.
만약 글로벌파운드리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라피더스는 사실상 파운드리 진출 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현재 일본이 보유한 최신 파운드리 공정 기술은 40나노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IBM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BM은 로이터를 통해 “글로벌파운드리의 주장은 허위”라고 일축하며 “법원에서도 IBM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8월 설립된 뒤 올해 2월 홋카이도에 반도체공정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일본 정부가 7천억 엔의 투자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며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이 주도하는 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 일본도 서둘러 진출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등 미래 주요 산업에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