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3-04-18 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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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증권가는 에코프로 주식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연일 화제였다.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보고서가 된 이유는 명확했다. 국내에서는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국내에서도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인지 비즈니스포스트가 짚어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에코프로 매도 보고서에 여의도 화들짝, 어떻게 등장했나
분석대로라면 다 사야할 판,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 실태
외국계 보고서의 이유 있는 신뢰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나, 증권 전문가들의 조언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상장사 '매도' 보고서가 등장하면서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인공은 올해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2차전지 테마'를 달궜던 에코프로다.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에코프로는 매도 보고서가 나온 직후 이틀 동안 주가가 20% 넘게 하락했다.
▲ 에코프로 매도 보고서의 등장에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놀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에코프로 주가는 전날보다 6.32%(3만9천 원) 급등한 65만6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는 올해 들어 주가가 600% 넘게 오르면서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종목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에코프로는 위대한 기업이나 현 주가는 그 위대함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로 45만4천 원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안정적 이익창출 능력과 실적가시성은 높지만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며 “위대한 기업이나 2023년 4월 11일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꾸준히 에코프로 주가가 분석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해왔지만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리포트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서 관행처럼 매도의견이 잘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파장도 컸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2거래일 동안 21.1% 주가가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최근 에코프로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내리려고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반발이 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발간된 1만여 개의 보고서 가운데 ‘매도의견’이 제시된 것은 10개에도 못미쳤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해당 기업과의 관계, 기업 지분을 들고 있는 기관투자자들과의 관계 등을 매도리포트를 내기 부담스러운 이유로 꼽는다. 증권사 리서치부문이 독립적인 구조가 아닌 만큼 소신껏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 출신의 한 전문가는 “기업과 기업 지분을 든 투자자들이 모두 싫어해 매도 의견을 내기 힘들다”며 “투자의견을 하향하면 기업 측에서 반발하며 회계자료를 안 넘겨주는 일이 있고 거래가 줄어들어 증권사 수수료수입이 줄어드니 소신껏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에코프로 주가 고평가 논란은 앞서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2차전지 쏠림현상과 주가과열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투자의견 하향도 이어졌다. 3월30일 유진투자증권이 에코프로의 핵심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중립’ 의견을 냈고 4일 삼성증권도 에코프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했다. 12일 하이투자증권도 에코프로비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려잡았다.
보다 자유롭게 매도의견을 내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보다 앞서 매도의견을 내놨다. 맥쿼리증권은 6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매도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12만 원을 제시했다. UBS증권과 모건스탠리도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매도의견을 냈던 바 있다.
기관투자자를 의식할 필요가 적었던 점도 외국계 증권사들이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파악된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업무상 기관투자자와의 접점이 많고, 대규모 거래대금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큰 만큼 기관투자자와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대형 기관투자자가 대규모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 힘든 이유다.
에코프로의 경우 대량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는 확인되지 않는다. 최근 주가 과열로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꾸준히 줄여온 만큼 기관투자와의 관계를 적게 의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월 기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속해서 에코프로 주식을 순매도하며 비중을 계속해서 줄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요즘 2차전지 종목 지분을 들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거의 없다”며 “최근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 주가 급등으로 지수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기관투자자가 없는 만큼 기관투자자들은 오히려 2차전지 과열이 꺼지길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
▲ 기관투자자는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에코프로 주식을 순매도해왔다. 4월은 3일부터 이날까지의 집계.
5년후의 예상기업가치의 계산근거와 값을 제시함이 없이 현 주가가 이를 넘어섰다는 분석은 너무 치졸한 접근방식이라 여겨져서 일반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증권사의 공매도세력과의 결탁설은 극히 합리적인 의구심이라고 사료됩니다. 시장을 교란시키는 외세의 공매도 세력을 지원하는 허구가 시장에서 활보함으로써 선량한 어쩌면 선의의 일반투자자들의 기회를 박탈 내지는 손해를 끼치려는 작금의 제도적 불합리한 상황이 심히 안스럽네요. (2023-04-19 08:5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