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생산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2차전지(LIBS) 시장에서 퀀텀점프를 노리며 미국 진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사진은 11일(현지시각) 김 사장(가운데)이 폴란드법인 분리막 생산공장을 방문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공정을 점검 하는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2차전지 분리막(LIBS) 시장에서 퀀텀점프를 노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글로벌 시장 입지를 강화할 여건이 마련된 만큼 김 사장은 북미 지역 수요에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철중 사장은 글로벌 생산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며 고객사들의 글로벌 시장확대에 발맞춰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에선 폴란드 공장의 증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현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국내 충북 청주와 증평,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주 등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 1공장은 2021년 완공돼 가동되고 있는데 생산능력을 더 늘리기 위해 2~4공장 건설을 통해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 2공장은 올해 하반기에 설비 안정화와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르면 올해 말 상업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4공장은 아직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단계로 2024년 완공된다.
폴란드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분리막 생산능력(연산 15억4천만㎡)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차 205만 대에 들어가는 분량이다.
김철중 사장은 폴란드 공장의 현장점검과 협조 요청 등을 위해 10~13일(현지시각) 폴란드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현지 공장 방문에서 “폴란드 공장은 유럽 지역 공략을 목표로 하지만 북미 지역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자동화 등 ‘스마트 팩토리’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사장은 3월 13~15일 중국 창저우의 생산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창저우시 당국자 등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현지 직원들과 소통을 진행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중국 생산공장에서 연산 6억7천만㎡ 규모의 분리막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 약 89만 대에 들어가는 분량이다.
이런 김 사장의 잇따른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는 핵심과제로 꼽고 있는 글로벌 공급체계 구축과도 맞닿아 있다. 김 사장은 글로벌 공급체계를 구축해 고객을 다변화하고 시장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았다.
김 사장이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국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배터리 소재와 마찬가지로 분리막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큰 만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중국 배제 기조는 SK아이테크놀로지의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창신신소재 등 중국기업들은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보인다. 더구나 생산능력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다올투자증권이 주요 글로벌 분리막 기업들의 증설계획을 종합해 추산한 기업별 2025년 생산능력을 보면 중국 창신신소재가 연산 150억㎡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중국 시노마가 연산 70억㎡로 2위다. 그 뒤를 SK아이테크놀로지가 40억2천만㎡로 뒤따른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리막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인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외국 우려 단체’로부터 소재 조달 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분리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북미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율을 매년 높아진다. 올해 50%에서 2024~2025년 60%, 2026년 70%, 2027년 80%, 2028년 90%로 늘었다가 2029년 이후에는 100%가 된다.
이 때문에 적정 시점에 북미에 생산기반을 갖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앞서 김철중 사장도 모회사 SK이노베이션 공식 보도채널인 스키노뉴스(SKinno News)와 인터뷰에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북미 시장 진출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김 시장은 북미에 새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자금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북미 진출의 최적 시점을 고르는 데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4년까지 예상금액 3조 원이 투입되는 글로벌 증설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폴란드에서 진행했던 증설 작업이 이 계획에 따라 이뤄졌는데 지난해까지 투자된 금액은 약 2조1천억 원이다. 현재 진행 중인 폴란드 증설 작업에 앞으로 9천억 원 가량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북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려면 여기서 추가로 더 자금이 필요한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자체 자금 사정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유동자산은 8534억 원, 현금·현금성자산은 4626억 원 수준이다.
다만 아직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다 영업 실적 개선으로 자금 사정도 호전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영업손실을 이어가는 탓에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북미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필요성은 있지만 현재 북미 쪽 분리막 수요는 폴란드 생산거점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규정하는 배터리 부품의 북미 조달 비율이 90%로 조정되는 2028년까지는 북미 생산거점이 구축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자금조달 방안 등이 담긴 북미 진출 계획을 준비해 올해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부터 분리막 부문에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3분기에는 디스플레이 소재를 포함해 전사 기준으로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