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6월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헤드셋 관련 발표를 '메인 이벤트'로 앞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증강현실 기기 예상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이르면 6월 공개를 앞둔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두고 궁극적으로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제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전을 앱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확실하게 설득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콘텐츠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사업 성공에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차세대 하드웨어 제품인 증강현실 헤드셋이 출시 초반부터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들은 증강현실 기기가 결국 아이폰을 대신하는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낙관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하며 6월 열리는 애플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증강현실 헤드셋과 관련한 세부 정보가 처음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이 매년 개최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는 아이폰과 맥 등 제품의 새 운영체제 또는 신제품 출시 계획을 개발자들에 먼저 알리고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행사다.
블룸버그는 이번 개발자회의가 애플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라며 아이폰 이후 시대에 대한 첫 청사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단순히 제품의 성능과 사양,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 등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전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증강현실 헤드셋 이용자들이 앞으로 이런 기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하게 될 지 애플이 그리고 있는 비전을 상세히 설명하고 개발자들도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방식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07년 처음 아이폰을 소개할 때와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됐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1984년과 2001년에 각각 출시된 매킨토시 컴퓨터와 음악재생기 아이팟을 언급하며 아이폰이 두 제품군에 이어 하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진정 ‘스마트한 스마트폰’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사용자가 곧 물리 키보드나 터치펜에 의존하지 않는 인터페이스 조작 방식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따라서 아이폰용 앱 개발자도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사용자가 손가락만으로 최고의 사용 경험을 느낄 수 있는 혁신적 인터페이스 발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스티브 잡스의 설득은 다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받아들여졌고 결국 이러한 인터페이스가 사실상 스마트폰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07년 1월9일 애플 아이폰 첫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애플> |
당시에는 아이폰과 같은 정전식 터치 방식의 전자기기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증강현실 헤드셋도 아직 시장에 시제품 형태의 기기만 출시되었을 뿐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품인 만큼 초기 아이폰과 유사한 약점을 안고 있다.
애플이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증강현실 기술과 관련한 발표를 메인 이벤트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소개할 때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CEO는 해마다 개발자회의에 직접 참석해 인사말을 했지만 새 운영체제 등에 관련한 설명은 각 부서 기술자 및 실무자들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개발자회의에는 팀 쿡이 직접 전면에 나서 증강현실 헤드셋을 소개하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모먼트’를 재현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의 증강현실 헤드셋 출시가 예정보다 수 개월 늦춰질 가능성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6월에 최초 공개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최대 연례 행사에 해당하는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증강현실 사업과 관련한 비전을 밝히는 일이 시장에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기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이르면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증강현실 헤드셋 초기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관련된 부품 확보 등 문제로 일정이 다소 불투명해지고 있다.
증강현실 헤드셋과 같은 제품이 출시되기 전 개발자들에 상세한 정보를 알리는 일은 앱과 콘텐츠 생태계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제품이 처음 출시될 때부터 다수의 전용 앱과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한 뒤 처음 앱스토어를 공개했을 때부터 500여 개의 전용 앱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아이폰의 초기 흥행을 이끄는 데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