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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주요주주로 깜짝 등장 실체스터 '실체'는, 행동주의 본색 '가치투자자'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3-04-13 15: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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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LG그룹 지주사 LG의 주요 주주로 깜짝 등장한 실체스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체스터가 앞으로 취할 행보가 LG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 주요주주로 깜짝 등장 실체스터 '실체'는, 행동주의 본색 '가치투자자'
▲ LG 주요주주로 행동주의 펀드 실체스터가 등장하면서 LG그룹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3일 LG 주가는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9만3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실체스터가 최근 LG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이 5.02%를 넘겼다고 전날 공시한 뒤 급등했던 주가가 하루 만에 하락반전한 셈이다. 

주가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시장에서는 실체스터가 LG에 투자한 목적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듯하다. 실체스터의 과거 활동 이력도 그런 평가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SILCHESTER INTERNATIONAL INVESTORS LLP, 이하 실체스터)는 모건 스탠리 출신인 스테픈 벗(Stephen Butt)이 1994년 영국 런던에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21조 원가량이며 이 가운데 18조 원가량을 일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영문으로 된 홈페이지에서 일본어판 보도자료를 같이 낼 만큼 주된 활동 ‘무대’는 일본이다. 

실체스터가 일본 기업들에 보낸 주주서한을 보면 가치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밸류 투자’를 지향한다고 자신들을 설명하고 있다. 공매도와 파생상품 등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고 순자산, 주가수익률, 배당이익률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실체스터는 LG그룹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해 지분투자를 확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체스터는 적극적 주주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체스터는 스스로를 ‘행동주의 펀드가 아니다’고 소개하지만 최근 1년 동안 일본에서 보인 행보는 여지없는 행동주의 펀드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실체스터는 1995년부터 일본 증시에서 가치주에 투자해 왔는데 ‘온건파’ 행동주의로 익히 알려져 있었다. 

실체스터가 보낸 주주서한들을 종합하면 자신들은 이사회와의 소통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던 실체스터가 지난해부터 ‘강경파’로 돌아섰다는 평이 일본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상장한 지방은행 4곳에 지난해 강력한 주주환원을 제안한 것이 기점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체스터는 이와테은행(지분율 10.2%)과 시가은행(7.8%), 교토은행(7.0%)의 최대주주이며 츄고쿠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실체스터는 지난해 6월 열린 이들 은행의 주주총회를 앞둔 4월 말 주주서한을 보내 각 은행이 보유한 주식에서의 연간 배당금 100%와 대출 등 금융사업에서의 순이익 50%를 모두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해당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그러자 실체스터는 5월 말 또다시 서한을 보내 각 은행이 책정한 배당금 수준을 2배 가량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해당 서한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안일한 인식으로 재무적 통찰력이 결여돼 있다”, “주주와 고객의 이익은 생각지 않고 경영진의 안위만을 위하려 든다” 등 4월에 보낸 서한에 비해 어조가 강해졌다.

다만 이 당시 실체스터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는 주주총회에서 찬성률 20% 정도에 그치며 무위로 돌아갔다.

실체스터 주주 행동주의의 목표물은 지방 은행 뿐만이 아니다. 올해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의 3대 주주(지분율 5.05%)에 오르며 '행동'을 예고했다.

실체스터가 3월13일 간토(관동) 지방 재무국에 제출한 대량보유보고서(5% 이상 지분 확보 보고)를 보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의 빈도를 높이며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기를 덴츠에 요청할 것이다”며 “또 중요 자산의 처분과 취득, 차입과 전환사채의 발행, 이사회의 구성 등에도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적시했다.
 
LG 주요주주로 깜짝 등장 실체스터 '실체'는, 행동주의 본색 '가치투자자'
▲ 실체스터 영국 본사가 위치한 런던의 빌딩.

이처럼 실체스터가 지난해부터 강성 행동주의 펀드로 변신한 만큼 LG에도 강한 목소리로 여러 가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체스터는 국내에서도 이미 KT의 지배구조에 대해 목소리를 낸 바 있으며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가세한 종목들은 모두 주가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체스터가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LG는 저평가된 종목이라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아 왔는데 실체스터가 LG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LG의 가치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잠잠해진 LG가의 경영권 분쟁설이 재점화되면 3대 주주로서 실체스터의 행보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체스터는 LG 지분을 최근 추가 매입해 지분 보유량이 5.02%(789만6588주)에 이르렀다고 12일 공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지분율 15.95%), 국민연금공단(6.83%)에 이어 LG의 3대 주주에 올라섰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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