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대만 TSMC와 중국 BYD 등 과거 투자 종목을 두고 긍정적 관점을 내비쳤다. |
[비즈니스포스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대만 TSMC와 중국 BYD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해 해당 종목을 재평가하며 지분을 일부 매각했지만 여전히 훌륭한 투자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13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워런 버핏은 TSMC에 대해 “기막히게 좋은 기업”, BYD는 “매우 놀라운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들어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에 당위성을 제시했다.
최근 버크셔해서웨이가 두 기업의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하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투자 종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워런 버핏은 CNBC와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두고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두 기업의 사업과 경영 관리와 같은 측면은 재평가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TSMC와 BYD 지분을 일부 정리했을 뿐 투자 결정을 내렸을 때 긍정적으로 판단했던 요소에는 변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7~9월 약 40억 달러(5조2420억 원) 규모의 TSMC 지분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 개월만에 전체 지분의 85%가량을 매도했다.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인 BYD는 버크셔해서웨이가 2008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장기 투자 종목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당초 14% 수준이던 지분율은 최근 여러 차례의 매각을 통해 10.9%까지 낮아졌다.
두 기업 모두 장기 투자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는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원칙과 다소 거리가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는 업황 변화에 따라 기업 실적도 큰 변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산업이고 BYD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분을 매입할 당시 신생 자동차기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그만큼 두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는 TSMC와 BYD 지분을 매도하며 모두 큰 차익을 거뒀다. 워런 버핏의 ‘불패 신화’를 다시금 증명한 종목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그는 CNBC를 통해 “주식을 서둘러 처분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지는 않았다”며 “(지분 매각 자금으로) 더 자신 있는 분야에 투자 대상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시장의 관심은 워런 버핏이 지목한 버크셔해서웨이의 다음 투자 대상에 쏠리고 있다.
다수의 투자자 또는 펀드가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종목을 뒤따라 매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상황에 관련해 자신의 관점을 내비치며 다음 투자 전략에 대해 어느 정도의 ‘힌트’를 제공했다.
그는 우선 미쓰비시와 스미토모, 미쓰이와 이토추, 마로베니를 포함하는 일본 5대 종합상사에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며 앞으로 더 많은 성장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는 2020년부터 해당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지분율을 더 높였다.
워런 버핏이 일본에서 CNBC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도 일본을 방문해 현지 기업들에 대한 자신의 낙관적 전망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는 미국 은행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미국 경제에 사실상의 ‘경고장’을 내밀었다. 금융주 전반에 아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관측을 제시한 것이다.
워런 버핏은 일부 투자자가 이러한 상황 변화에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은행 이용자들이 예금을 인출하지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바라봤다.
미국 금융시스템이 국가 전체의 예금을 보장하기 충분한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여전히 정크푸드와 청량음료 등을 즐긴다며 버크셔해서웨이의 대표적 장기 투자 종목인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허쉬 등 기업을 향한 사실상의 ‘지지 선언’도 내놓았다.
워런 버핏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기 위해서라면 1년쯤 수명을 단축해도 괜찮다”며 “6세 때부터 이런 식습관을 유지해 왔지만 여전히 건강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현재 워런 버핏은 만 92세의 나이로 활발히 투자와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