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게임 ‘표절 논란’을 두고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가 정면충돌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서비스 중지 가처분까지 제기할지 게임업계 관심이 몰리고 있다.
▲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에 카카오게임즈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게임업계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가 가처분 신청도 할지 주목한다. |
7일 카카오게임즈가 엔씨소프트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함에 따라 매출 기준으로 국내 게임업계 3위와 6위인 두 회사의 싸움은 법정에서 결론이 나게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날까지만 해도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은 뒤 공식 반응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취했는데 하루 만에 저작권 침해를 부인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가 원작인 ‘아키에이지’의 지식재산(IP)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MMORPG 장르에 일반적으로 사용된 요소들을 채택한 만큼 리니지2M을 베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가 법정 다툼에 들어가기 전 원만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민사소송과 별개로 아키에이지 워 서비스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소송이 최종 선고가 나오기까지 사안마다 다르지만 보통 몇 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엔씨소프트가 2021년 6월 웹젠을 상대로 시작한 저작권 침해 소송은 2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한 해에 수많은 신작이 나왔다 사라지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출시 초반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시기다. 흥행에 성공한 게임일지라도 출시 초반 이후에는 하향 안정화를 이루기 때문에 게임회사들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통해 매출 반등을 꾀하는 게 현실이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는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1~3위를 오랫동안 차지해왔는데 지난달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와 넥슨코리아의 ‘프라시아 전기’에 밀리고 있다.
리니지M만 1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2~4위에는 아키에이지 워,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 프라시아 전기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고 여기는 가운데 매출도 리니지W, 리니지2M보다 잘 나오니 배가 아플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가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다고 해도 몇 년이 걸린다면 그때쯤에는 아키에이지 워 인기가 이미 하락해 엔씨소프트에 가져다 줄 실질적 이익은 피해보상금액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처분 신청으로 아이에이지 워의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것이 카카오게임즈에 줄 수 있는 더 효과적인 타격인 셈이다.
다만 엔씨소프트가 가처분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기 위해서는 김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키에이지 워를 개발한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과거 엔씨소프트 창업 초창기 김 대표와 함께 리니지를 만들어 ‘리니지 아버지’로 불리는 개발자다. 이후 엔씨소프트를 떠났지만 김 대표와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의 옛정뿐만 아니라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이 같은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너무 매정하게 보일수 있다는 것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몇 년 뒤에 나올 소송 결과보다는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해 리니지에서 아키에이지 워로 이용자 이탈의 최소화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게임즈를 향한 게임 이용자들의 시선은 대체적으로 곱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되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어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도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질문에 “현재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대답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