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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VIEW] 부동산 저점? 기술적 반등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때

이태경 red1968@naver.com 2023-04-0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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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VIEW] 부동산 저점? 기술적 반등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때
▲ 부동산 거래가 늘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지만 부동산 관련 거시 요인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거래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광고.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주택거래가 전월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정부 통계가 발표되자 벌써부터 일부 레거시 미디어와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추세적 반등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거래량 반등은 기저효과와 정부의 미분양 방지 대책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큰 틀에서 규율하는 매크로 지표들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속이기 때문이다.

늘어난 거래량, 더 늘어난 악성 미분양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30일 발표한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매매 건수는 총 4만1191건으로 이는 지난 1월 2만5761건보다 무려 59.9% 폭등한 수치다. 올해 누적 기준 거래량은 6만6952건으로 전년 동기 8만4888건보다 21.1% 감소한 상태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거래량이 늘었다. 임대차 시장도 거래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은 27만3114건으로 1월 21만4798건 대비 27.1% 증가했다.
 
한편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크게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달 총 7만5438가구로 1월 7만5359가구 대비 0.1%(79가구) 늘어난데 그쳤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달 8554가구로 전월(7546가구) 대비 13.4%(1008가구) 폭증했다.

눈길을 끄는 건 악성 미분양 관련 동아일보 단독보도다. 3월 29일 동아일보와 프롭테크 기업인 빅테크플러스가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3763개 단지 161만3344채 규모의 공동주택 등기부등본의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올해 1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무려 1만7523채로 집계됐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1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통계(7546채)와 비교하면 약 2.3배 규모로 미분양 신고의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지금 정부 통계의 신뢰성을 회의하도록 만든다.

‘준공 후 미분양’이 시행사와 건설사와 금융권 전부에 치명적인 이유는 선분양이 압도적 다수인 대한민국에서 최초 청약과 무순위 청약(이른바 ‘줍줍’)을 수차례 추진한 후 시공을 다 마칠 때까지도 판매되지 않은 물량이기 때문이다.

통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부터 준공까지 3년 가량 소요되는데 그때까지 판매가 되지 않는 물량이 있다면 시행사와 건설사와 금융권 모두에게 엄청난 타격을 안길 수 밖에 없다.

2월 주택통계를 보면 거래량과 미분양 물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표들이 곤두박칠쳤다. 지난달 누적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전국 기준 1만945가구로 전년 동기 4만4233가구 대비 75.3% 감소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해지자 주택 착공과 인허가 실적도 격감했다. 지난달 주택 인허가실적은 전국 기준 5만4375가구로 전년 동기 7만128가구 대비 22.5%감소했고, 착공실적은 전국 3만1955가구로 전년 동기 4만4352가구 대비 28.0%줄었다.

Dead Cat Bounce?

거래량이 폭증하고 미분양 물량의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된 건 기저효과와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완화정책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누적 거래량은 거래량이 바닥권이었던 작년 동기 누적 거래량에 미치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미분양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인 이유를 알고 싶으면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에 윤석열 정부가 쏟은 노력을 보면 된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폭증, 분양실적·인허가실적·착공실적등의 격감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 맞다. 

이 시점에서 정작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파도가 아니라 파도를 결정하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다. 예컨대 인플레이션, 금융불안정, 금리 등 매크로 변수들에 주시해야 한다.

먼저 압도적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연준 피벗이 올해 안에 가능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미국의 CPI, PCE, 각종 고용지표 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명확한 신호들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또한 만약 연준과 재무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소은행들이 줄지어 파산하고 금융불안정의 심화를 견디지 못한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내린다고 가정해보자. 그건 부동산 시장에 좋기만 할 일일까? 혹여 기대인플레이션을 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금융불안정 때문이 아니라 디스인플레이션의 신호들이 확실히 포착돼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상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으로의 진입이 분명하다는 얘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던 고용시장이 부러진다는 뜻이고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시장의 붕괴는 리세션을 의미한다. 리세션이 부동산 시장에 낭보인지, 비보인지는 잘 생각해 볼 일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따져보면 기실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매크로 지표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지금은 거래량의 반등에 환호작약할 때가 아니다.

증시 속담에 Dead Cat Bounce라는 말이 있다. 죽은 고양이도 꿈틀한다는 뜻으로 대세하락장세에도 기술적 반등은 존재한다는 의미다. 현 부동산 장세가 Dead Cat Bounce는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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