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주주 주지사가 재생에너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달성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S2 팹. < 삼성전자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텍사스주 주지사가 재생에너지에 주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텍사스주 의회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를 까다롭게 만드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는 화석연료 비중 확대가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의 공장 유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주요 목표로 앞세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의회는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할 때 주변 농지나 야생동물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서 허가여부를 결정하게끔 만든다. 사실상 신규 투자를 까다롭게 만들어 규제하는 법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미 설치가 완료돼 가동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도 법안이 소급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텍사스주 소속의 정치인들은 재생에너지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 공급도 불안정해진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텍사스 정치인 다수가 2021년 겨울 대규모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증가를 꼽는다고 전했다. 당시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도 정전으로 장기간 가동을 멈추는 큰 피해를 입었다.
댄 패트릭 텍사스 부 주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텍사스주는 앞으로 (화석연료와 같이) 조절 가능한 전기발전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재생에너지 설치 규제 법안이 시행되면 텍사스주의 관련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 또한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반대하는 발언을 전했다.
에보트 주지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투자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됐던 주정부 인센티브 프로그램에서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며 “텍사스에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와 다른 요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 삼성전자 등 현지 주요 생산업체에 전력을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텍사스 정치권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중장기 목표로 앞세우고 있는 100% 재생에너지 달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9월 RE100에 가입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장에서는 훨씬 이른 시점에 이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미국 사업장에서 삼성전자는 2019년 재생에너지 비중 96%를 기록한 데 이어 2020년과 2021년에 모두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텍사스주가 주정부 및 의회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지원을 줄이고 화석연료 발전량을 늘리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들이는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 중장기적으로 10개 이상의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려면 텍사스주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민감하게 주시할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텍사스에서 재생에너지 기업 어드밴스드 파워 얼라이언스의 회장 제프 클락의 발언을 인용해 “텍사스가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기에 텍사스에 투자하는 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