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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 살 길] 탄소배출 1위 포스코, 넷제로 실현 저탄소 생산부터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3-04-0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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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 살 길] 탄소배출 1위 포스코, 넷제로 실현 저탄소 생산부터
▲ 포스코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파이넥스 2공장 전경. <포스코>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이는 약 30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장기프로젝트다. 

이에 포스코는 기술개발 단계별로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이미 상용화한 경험을 갖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NGMS) 자료를 보면 포스코는 2021년 기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7849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 남동발전(3723만 톤)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6억1438만 톤)의 12%를 넘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를 둘러싼 탄소 감축 압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2021년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줄이겠다는 '핏 포 55' 정책을 발의했다. 이 정책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유럽 내 수입업자가 수입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하는 제도로 실질적으로는 수입관세의 성격을 띈다.

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1년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포스코로서는 수출은 물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탄소배출 감축을 서둘러야 하는 경영환경에 놓인 것이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2017~2019년 평균치 대비 2030년 10%, 2040년 50%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하고 단계별 계획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1단계에서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연∙원료 대체를 추진하고 2단계에서는 스크랩(고철) 활용 고도화와 신전기로 및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기술(하이렉스, Hydrogen Reduction)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철강공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

우선 포스코는 저탄소 고급강 생산을 위한 원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서호주 정부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포스코의 서호주 'HBI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시킨 직접환원철(DRI)을 조개탄 모양으로 성형한 제품을 말한다. 이는 기존 고로 공정뿐 아니라 전기로로 고급강을 생산하는 데도 들어가는 필수 원료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호주에서 HBI를 생산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5월 서호주 HBI 사업 추진을 위해 서호주 정부에 전략산업단지 부지 임대를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 말 부지 할당을 승인받았다.

이와 별도로 포스코는 지난해 8월 글로벌 철광석 공급사 발레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발레 본사에서 HBI 생산 추진을 위한 공동 연구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2단계로 포스코는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2월 정기 이사회를 열고 약 6천억 원을 투입해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전기로는 2024년 1월 착공해 2026년부터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돼 기존 고로 공정을 대체하기까지의 전환기 동안 전기로를 도입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포스코는 현재 광양제철소 5기, 포항제철소 4기 등 모두 9기의 고로를 가동하고 있다. 

전기로는 이미 사용하고 난 철 스크랩을 재활용해 용강을 만들기 때문에 고로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4분의1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의 잔류 원소 함유량에 따라 고급제품 생산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어 현재 고급 자동차 강판이나 선박용 후판 등 고급강은 대부분 고로의 쇳물을 정제하여 생산된다.

포스코는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용강)을 직접 활용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용선)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적용해 기존 고로 방식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방침을 추진한다. 전기로에서 철스크랩을 활용하면 고급강 생산에 한계가 있었으나 합탕 기술을 통해 저탄소 고급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박차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궁극의 해결책은 수소환원제철에 있다.

포스코는 정부 및 국내 철강사와 협업해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하고 이미 상용화한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을 세웠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지 않고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파이넥스는 공정 중에 발생하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환원제로 사용함으로써 현재까지 수소환원제철 구현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포스코는 2007년 파이넥스 기술을 상용화한 뒤 지난해까지 파이넥스 공장에서 340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해왔다. 

일반적으로 기술 개발은 컨셉검증(랩), 연속공정검증(파일럿), 상용화검증(데모) 단계를 거쳐 상용화로 이어지지만 포스코는 파이넥스로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파일럿 단계 없이 2025년부터 데모 단계에 돌입하고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을 검증할 계획을 세웠다. 또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글로벌 철강업계와 협력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철강사 사브(SAAB)와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하이스)을 열고 공동 기술개발 및 성과 공유 플랫폼인 '하이렉스 연구개발(R&D) 파트너십'결성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참가 기업에 하이렉스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데모플랜트 조업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협력체를 공식 출범하고 협력 과정에서 기술 완성도와 신뢰성을 높일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경제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철강협회는 포스코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고로 9기를 수소환원제철로 모두 전환하는 데 매몰비용 27조 원, 설치비용 27조 원 등 50조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정에 입각한 기술경쟁력과 재무여력을 갖췄으나 고로에 집중된 생산체제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포스코가 현재의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투자부담을 감내하며 단계별 감축목표를 적절히 이행해 나가는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  
 
전 세계가 탄소장벽을 확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빌미로 선진국들은 관세로, 공시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저탄소 기술과 넓은 대지를 기반으로 저탄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뛰는 한국이 탄소중립에 머뭇거린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기후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발굴해 그들의 도전과제와 핵심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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