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3-03-29 17:59:06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방산업체들의 올해 실적모멘텀에 대해 해외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 행진이 이어지는 방산주들이 증권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영향력있는 비중을 차지하던 러시아의 빈자리를 국내 업체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시점에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 동남아 방산시장에서 러시아의 빈 자리를 한국이 대체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요 방산주는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로템의 경우 외국인은 이달 들어 28일까지 750억 원 어치를 순매수 했고, 한국항공우주와 LIG넥스원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각각 172억3600만 원과 59억5300만 원 어치를 순수히 사들였다.
특히 현대로템에 대해서는 이달 들어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폴란드에 K2 전차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는 등 ‘K-방산’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점에 주목한 매매패턴으로 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축되고 있는 러시아의 지위를 국내 방산업체들이 차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해외에서의 잇단 분석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최근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러시아의 무기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한국이 주목된다.
SIPRI는 스웨덴 정부의 외교정책연구소로서 이곳의 국제분쟁 연구는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의해 비미국 싱크탱크 3위로 선정될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SIPRI에 따르면 2018~2022년 러시아가 전 세계 무기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2017년 구간에서 차지하던 비중보다 31%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무기수출은 74% 증가해 주요 무기수출국 10개국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했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의 러시아 대체 효과가 주목된다.
동남아 국가들은 러시아 무기 수입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는데 SIPRI의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리아나 전쟁을 기점으로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전쟁을 일삼는 러시아의 무기를 사는 것 자체가 평판에 부담인데 러시아 무기가 막상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예상 외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SIPRI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 러시아는 무기를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으므로 러시아의 무기 수출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이 자리를 한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SIPRI에 따르면 2018~2022년 한국이 무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는 필리핀(16%), 인도(13%), 태국(13%) 순으로 동남아 지역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고 올해 동남아 지역 무기수출 비중은 이미 1위에 올랐다.
유력한 경쟁상대인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지역 영유권을 두고 분쟁에 있으나 한국은 제 3자로 이같은 이해충돌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이 가장 두드러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한국산 무기는 가격과 품질, 신뢰도, 배송 면에서도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방산업체가 기술 이전을 꺼리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며 "인도네시아는 자국 방산업이 거의 전무하나 한국의 기술 협력을 받아 군함을 건조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동남아 방산 시장에서 러시아가 빠진 자리를 한국이 자연스럽게 차지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하반기 본격적인 수주물량 공급 기대에 힘입어 방산주가 상승흐름을 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군사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유럽 국가뿐 아니라 아시아권 국가들까지 군비 증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신냉전 상황에서 자주국방을 위한 방산 수요 확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