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로부터 1조 원을 빌리면서 자금 조달에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업황 회복을 기다리며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올레드(OLED) 사업 확대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LG전자로부터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차입하면서 자금회전에 있어서 한숨 돌리게 됐다.
28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이 LG전자와 자금 대여 기간을 정하면서 거치기간을 2년 붙여둬 자금 상환 시점을 올레드 디스플레이 업황 회복 시기와 맞물릴 수 있도록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레드 시장이 2023년 이후 본격적 성장세에 접어들어 실적이 회복하면 자금을 상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올해 전체 TV 시장규모는 LCD TV의 단가 하락으로 2018년 이후 5년 만에 1천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 반면 올레드 TV 시장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시장 규모는 약 970억 달러로 전망된다. 지난해 TV 시장규모인 1024억 달러와 비교해 5.2% 감소하는 수치다.
반면 OLED TV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1억 달러와 비교해 5.7% 성장해 올해 117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사장은 이번 LG전자로부터 차입을 발판삼아 LG디스플레이가 강점을 보이는 TV용 올레드 패널 시장의 성장에 맞춰 사업확장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올레드TV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LG전자의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다시금 관심을 보일 정도로 무르익어 가고 있다.
정 사장으로서는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해 대형 올레드 대세화라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3분기부터 시작해 올해 1분기까지 3조 원 가량을 투입해 대형 올레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정 사장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최근 급격한 경제 환경 변화로 이와 같은 대형 올레드 생산설비 구축을 재검토하겠다는 점을 알렸는데 올레드 대세화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면 다시금 설비투자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은 올해 중소형 올레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하반기부터 아이폰 프로 등 고가제품에 중소형 올레드를 탑재해 애플에 공급하기 시작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프로 시리즈에 들어가는 중소형 올레드 생산이 지난해 처음이었던 만큼 물량이 많지 않았으나 올해는 수율 안정화를 통해 더 많은 제품을 애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중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는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15에서 패널 점유율 약 22%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LG디스플레이는 신용등급 전망 하향과 악화된 실적으로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 연초부터 자금 확보를 위해 기업어음 단기자금시장과 사모사채 시장을 분주하게 두드린 것으로 파악된다.
정 사장은 연초 2개월 동안 기업어음(CP)과 사모채 발행으로만 637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디스플레이가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맺은 사모채 관리 계약은 대부분 연결기준 부채비율 400% 이하를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으로서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는 바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145.2%로 여유는 있지만 사모채 발행에 부채비율 유지 조건이 들어갈 정도로 녹록하지 않은 자금조달상황을 보여준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는 이와 같은 사모채 발행과정에서 동일 등급 대비 2% 포인트 가량의 가산 금리를 떠안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은 AA다. 한국신용평가의 등급별 금리 스프레드를 참고하면 AA 등급의 1년 금리는 3.84%로 책정돼 있다.
정 사장은 이번에 LG전자로부터 시장과 동일한 수준인 6.06%의 금리로 1조 규모의 대규모 차입을 이루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2년 거치라는 좋은 조건으로 지배회사인 LG전자에게 대규모 운영자금을 빌린 만큼 보릿고개를 자연스럽게 넘길 공산이 크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의 전반적 가동률 조정으로 2023년 하반기 패널 공급과잉은 일정부분 해소될 여지가 있다”며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황회복 국면을 만나는지 여부가 신용등급 전망에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