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과 해태제과식품은 국내 과자가격을 놓고 왜 다른 선택을 할까?
오리온과 해태제과식품은 국내 제과시장에서 2위를 다투고 있다. 오리온은 포장개선 등을 통해 제품가격을 사실상 인하했고 해태제과식품은 제품가격을 올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착한포장’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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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
오리온은 ‘다이제샌드’ ‘나’ ‘까메오’ 등 비스킷제품의 패키지 크기와 용량을 줄여 가격을 인하하고 ‘더 자일리톨’껌의 양을 늘렸다.
비스킷 제품의 경우 중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춰 그램(g) 당 가격을 기존 대비 3% 인하했다. 포장재의 빈공간 비율도 줄였다. 껌 제품은 가격변동없이 용량을 34% 늘렸다.
반면 해태제과식품은 최근 '자유시간'과 '연양갱' 등 8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1.35% 올렸다.
해태제과식품은 “가격을 인상한 제품들 대부분은 3~4년간 가격 변동이 없었던 제품”이라며 “원가압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높아져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식품가 다른 가격정책을 쓰는 것은 두 회사가 처한 상황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리온은 중국진출에 성공해 든든한 수익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오리온 중국법인은 오리온 전체이익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오리온 중국법은 지난해 매출 1조3329억 원, 영업이익은 2004억 원을 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는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매출이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허니버터칩으로 대박을 터뜨린 해태제과에 밀려 업계 3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오리온은 중국이라는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한 만큼 국내에서는 ‘착한포장’을 통해 가격인하 효과를 내 국내 과자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리온은 2014년 국산 과자제품을 놓고 과대포장 논란이 일자 그해 11월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7개입 제품을 가격 인상없이 8개입으로 늘린 것을 시작으로 리얼치즈칩, 눈을감자, 포카칩, 초코파이 등 9개 제품의 중량을 늘리고 가격을 동결했다.
이 덕분에 오리온의 ‘착한포장’ 제품들은 판매증가 효과를 거뒀다. 특히 오리온에서 판매 1, 2 위를 다투는 포카칩과 초코파이는 재단장해 출시한 뒤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져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기존 제품들은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가격은 동결하고 양을 늘렸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어 기업에는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실적을 전적으로 국내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태제과식품은 해외에 일부 상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전 매출에서 5%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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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훈 해태제과식품 대표. |
업계 관계자는 “해태제과식품은 ‘허니버터칩’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최근 실적이 크게 늘어나 공장을 증설했는데 기대만큼 증설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며 “상장을 하면서 수익성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제품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일본 가루비사와 공동으로 투자해 5월10일 강원도 문막에 허니버터칩 생산을 위한 제2공장을 준공했다.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허니버터칩의 5월과 6월의 평균매출은 약 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제2공장이 가동되기 전 월평균 매출보다 불과 4억여 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2공장이 증설됐지만 예상만큼 시장규모가 확대되지 않아 허니버터칩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54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23.6%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