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먼저 출시된 미국에서 현지 딜러와 고객 및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2월에만 6천 대를 선적했다. 한국 고객들도 이 차를 사랑할 것이라 확신한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 행사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에서 3만7237대의 차를 판매해 점유율 3.2%로 역대 최저 수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5개 완성차업체 가운데 최하위이자 기아 쏘렌토 단 한 차종 연간 판매량(6만8902대)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수치다.
경차 스파크, 중형 세단 말리부, 구형 트렉스가 단종되면서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차량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트랙스 크로스오버 단 2종 만이 남게 됐다.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국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한국GM 내수 판매의 막힌 혈을 뚫을 수 있을까?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직접 타봤다.
◆ 몸집 키우고 '환골탈태', 실용적이고 역동적 매력 돋보이는 실내
2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ACTIV) 트림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파워 리프트게이트(전동 트렁크)로 구성된 테크놀로지 패키지와 선루프 옵션이 추가된 2814만 원(개별소비세 3.5% 인하 기준)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트랙스는 2013년 등장해 국내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시장의 문을 연 모델이다. 10년 만에 첫 완전변경을 거쳐 돌아온 소형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디자인을 확 바꾸고 차체를 크게 키웠다.
▲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
시승차량인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 트림은 아웃도어 활동에 특화된 모델로 정제되고 근육질을 강조한 디자인을 입고 있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하단부가 확장돼 강건한 느낌을 주고 그릴과 앞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에는 액티브 트림 전용 티타늄 크롬 외장 옵션을 적용했다.
가느다란 주간주행등과 그릴 중앙을 가로지르는 엑스(X)자형 그릴바와 쉐보레 엠블럼은 세련미를 더했다. 알파벳 X는 다른 종류의 혼합을 뜻하는 크로스오버를 상징한다고 한다.
옆에서 보면 동급 차량에서 가장 긴 수준을 확보한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와 짧은 오버행(앞·뒷바퀴 중심선에서 차량 전·후단까지의 거리), 높게 설계된 바닥, 낮게 떨어지는 차 지붕 라인이 어우러져 SUV와 세단의 장점을 결합한 CUV 모델의 면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실내에서는 운전자 중심의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8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듀얼 스크린이 탑재됐다. 중앙 터치 스크린은 운전자를 향해 9도가량 기울어져 편의성을 더했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터치식이 아닌 물리 버튼으로 작동하는 공조기 조작계와 우뚝 솟은 기어 노브는 전방을 주시한채 기능을 조작하기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보였다.
육각형의 각진 테두리를 두르고 운전석 쪽으로 꺾인 디스플레이와 양 끝의 둥근 에어벤트(송풍구), 두 개의 둥근 공조기 다이얼은 전체적으로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소형CUV라는 차급을 고려하지 않아도 시승차량의 긴 휠베이스(2700mm)는 충분한 실내공간을 만들어냈다. 2열에 앉아 다리를 편히 둬도 앞좌석과 다리 사이에 주먹 2개가 족히 들어갈 공간이 남았다.
▲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한국 고객에 맞춘 특화 옵션을 갖춘 점도 눈에 띄었다.
시승차량에는 국내에 판매되는 쉐보레 제품 가운데 최초로 정차시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잠기는 오토홀드 기능이 적용됐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이 많은 국내 도로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한다.
또 국내 판매 모델에는 뒷좌석 승객을 위한 2열 송풍구와 앞좌석 3단 통풍시트, LED 방향지시등 일체형 사이드 미러, 전동식 트렁크 등 옵션이 추가됐다.
◆ 부족함 없는 힘 갖추고 정숙성도 준수, 압도적 가격 경쟁력
시승은 킨텍스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35km 구간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을 벗어나 가속페달을 밟자 가볍게 치고나갔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1.2리터 이-터보 프라임 엔진과 젠3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 토크 22.4kg·m의 성능을 낸다.
제원은 전장이 4540mm로 경쟁차종인 기아 셀토스보다 150mm, 현대자동차 코나보다 190mm더 길다. 전폭도 셀토스보다는 더 넓고 코나와는 같다.
시승차량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현대차 기아의 두 차종보다 용량이 작은 엔진을 품고 있어 힘이 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런 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시승차량은 일반도로는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액셀을 밟으면 민첩하고 경쾌한 가속성능을 보여줬다.
▲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주행. <비즈니스포스트> |
트랙스크로스오버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중이 실리는 부분은 보강하고 다른 부분은 무게를 덜어내는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설계됐다고 한다.
이를 통해 시승차량이 크고 강성이 높은 차체를 적용하면서도 경량화를 이뤄냈다고 한국GM은 설명했다.
시승차량의 공차중량은 1330kg으로 셀토스보다 30~75kg, 코나보다 약 80kg 더 가볍다.
다만 무게를 줄인 탓인지 방지턱을 빠르게 넘으면 차량이 살짝 떳다 내려앉는 듯한 충격이 다소 느껴졌다.
시승차량이 쉐보레 브랜드의 막내 격인 엔트리(진입) 모델임을 고려하면 정숙성도 훌륭했다.
고속주행에서도 노면의 진동음과 풍절음(바람소리), 엔진소리 모두 즐거운 드라이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반자율주행과 관련한 기능은 아쉬웠다.
시승차량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해도 중앙차선 유지 기능이 없어 운전대를 직접 조작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탑재된 차선유지보조시스템은 차선 이탈이 예상될 때만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 준다.
이와 달리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르노코리아자동차 XM3, 쌍용자동차 티볼리 등 대부분의 국내 시판 소형SUV 차종에는 중앙차선 유지 기능이 포함된 차선유지보조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또 차선유지보조 버튼이 센터콘솔에 위치하고 있어 이 기능을 쓸 때 전방주시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후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에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국내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LS 2052만 원 △LT 2,366 만원 △액티브 2681 만원 △RS 2739 만원이다. 시작 가격이 코나보다 400만 원, 셀토스보다 100만 원가량 저렴하다.
특히 앞서 출시된 미국 판매가격 2만1495~2만4995달러(약 2810~3270만 원)보다 시작 가격이 700만 원 넘게 싸다.
렘펠 사장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수요가 많은 엔트리 CUV로써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어 원가 효율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렘펠 사장은 올해 2분기까지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연간 생산 능력을 5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한국GM 글로벌 판매량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세련된 디자인을 입고 충분한 주행 성능을 갖춰 2천만 원대 초반의 시작 가격으로 돌아온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중요시하는 고객들에게 가족용 차로, 또는 사회 초년생의 첫차로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였다.
1시간가량 이어진 약 35km의 시승 코스에서 시승차량의 평균연비는 리터당 11.5km를 보였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2.3km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