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3-23 17: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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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은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장 부지런히 입법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최근 2주 동안에만 암호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앞으로 1년가량 남은 것으로 여겨진다.
더군다나 여야 모두 벌써부터 내년 총선 모드에 돌입한 분위기를 풍기는 상황에서 법안 발의에 힘을 주는 김 의원의 최근 움직임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어떤 생각으로 묵묵히 입법 활동에 힘을 주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나 최근 발의한 법안들의 핵심내용은 뭔지, 왜 이처럼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들을 내고 있다.”
김 의원은 현실적으로 지금 발의하는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김 의원은 현재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자신이 속한 소위에서 직접 다루는 법안을 발의한 만큼 동료 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무위에는 성실한 의원들이 많고 여야 간 대립이 아닌 법안들도 많아 정치적 갈등이 있어도 법안이 통과될 때가 많다”며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도 한 달 이상 국회가 더 돌아가는데 예전 사례를 보면 꼭 필요한 법안들은 그때 빠르게 처리되기도 한다. 의원들을 열심히 설득한다면 임기 내 통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혹여나 이번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다음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법안 발의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의원들이 이전 국회에서 발의됐던 법안들은 오랜 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그런 법안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만큼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되더라도 다음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더 높일 수 있다.
김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암호자산법, 보험업법, 예금자보호법은 기존에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과 조금씩 차별점을 지닌다.
우선 암호자산법은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에 착안해 CBDC를 앞으로 생길 암호자산법 혹은 가산자산법과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17개의 암호자산 혹은 가산자산 관련법이 발의돼 있지만 한국은행의 CBDC 관련 사안은 김 의원의 법안에만 담겨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기초서류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을 때 내는 벌금을 일률적으로 매기지 말고 피해자의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정하자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역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40여 건 가운데 김 의원의 법안이 유일하다.
전날 발의된 예금자보호법 역시 단순히 예금보호 한도 증액을 넘어 긴급상황 시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국무회의를 통해 보험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넣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김 의원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내부통제와 관련해 최고경영진의 법적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면책 조항을 담았다는 점에서 기존 발의된 10여 개 법안과 차별점을 지닌다.
김 의원은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논의를 해왔는데도 횡령이나 펀드 불완전판매 같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내부통제 책임을 CEO에게 묻는 만큼 금융사들은 싫어하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법이고 그들 역시 명분상 거절할 수 없는 법이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이처럼 최근 들어 법안을 쏟아내는 것은 지난해 6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점도 영향을 미친다.
김 의원은 임기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다른 의원들과 달리 아직 임기의 절반도 돌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국회 입성 이후 약 10개월 동안 정무위 활동을 하고 국정감사를 거치며 고민했던 문제의식을 이제 막 법안으로 풀어내는 시기인 셈이다.
김 의원은 정무위 위원으로서 최근에는 법안 발의 외에 ‘관치금융’ 논란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2주에 걸쳐 금융노조를 만나 윤석열정부의 금융정책과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를 연다.
김 의원은 “국내 금융산업을 향한 정부의 규제는 금감원을 통한 창구지도, 금융위를 통한 그림자 규제가 너무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유지됐고 윤석열정부 들어 그게 심해지면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과점체제의 문제점, 금융소비자의 과도한 이자 부담 등 금융정책에서 윤석열정부와 문제점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지만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절차적 수단의 적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관치금융으로 가는 것은 법치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치금융의 해결책으로는 입법을 통한 명확한 규제를 들었다.
김 의원은 “금융 관련 법안은 입법부가 금융당국을 너무 신뢰해서인지 세부절차를 넘어 구체적 기준까지도 시행령에 너무 많이 위임하는데 이런 게으른 입법 관행이 현재의 금융위와 금융당국을 비대하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할 법들이라도 입법 과정에서 꼼꼼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에게는 소통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검사들은 자기들이 행정부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 역시 다 안다고 생각한다”며 “검사들이 물론 똑똑하지만 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건 아닌 만큼 경제나 금융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본인들보다 훌륭한 전문가와 관료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한규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관치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앞으로 남은 임기 정무위 활동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대뜸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 들어온 지 10개월째인데 여야 갈등으로 입법을 위한 위원회 법안소위가 너무 적게 열리고 있다”며 “저도 솔직히 말하면 제가 낸 법안들이 의원들의 논의 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될까봐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차라리 다른 의원들이 법안을 보고 이 법안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수긍을 할 텐데 열심히 낸 법안이 논의조차 안 되고 버려질까 불안하다”며 “결국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국민들이 이런 점을 알고 의회를 좀 더 강하게 질타하고 일하라고 압박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내내 초선 의원답게 현재 국회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향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런 의욕은 김 의원이 안정적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정치에 입문한 계기와도 맞닿아 있다.
김 의원은 “학창 시절 제주에 살 때부터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지닌 자신과 부모님의 가업을 도우며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며 “또한 기본적으로 성격 자체가 고분고분하지 않고 뭔가 부당하고 불합리한 게 있으면 말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 자연스럽게 합리적이고 상식적 사회를 꿈꾸며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김 의원은 1974년생으로 제주 대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제31기 사법연수원을 거쳐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일하다 2020년 서울 강남구병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후 tvN 방송프로 ‘유퀴즈 온 더 블록’ 등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고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거쳐 지난해 6월 열린 보궐선거에서 제주시을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