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
챗GPT가 몰고온 혁신의 바람으로 전세계가 뜨겁다.
오픈AI(OpenAI)가 공개한 챗GPT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GPT-3.5를 개량한 AI챗봇으로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생성형 AI의 일종이다. 기존 챗봇과는 달리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대화만으로 검색 등의 다양한 업무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몇차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이 현재의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인터넷이나 개인용 컴퓨터 못지 않은 역사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 게이츠는 도스와 윈도를 중심으로 PC 기반의 인터넷 혁명을 이끈 사람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간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생성형 AI 분야의 최선두에 서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수년간 일했던 필자는 빌 게이츠의 발언을 접하며 소위 MS의 스마트폰에 얽힌 ‘흑역사’가 떠올랐다.
스마트폰 혁신을 이끈 기업은 애플이지만, 이를 처음 만든 곳은 애플이 아니라 MS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2007년 1월 아이폰(iPhone)을 공개하고, 그해 6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개발은 MS가 더 앞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2년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Windows Mobile을 발표했으나 이후 수년간 이를 상용화하지 않았다. 당시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장이 조성되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써 개발한 MS의 스마트폰 기술이 결국 ‘컴퓨터 자료함’에서 잠자고 있던 사이, 애플의 아이폰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장을 만들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까지 등장하면서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2010년대 초반 MS는 뒤늦게 윈도폰(Windows Phone)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돌아온 것은 처참한 실패였다. 모바일 시장에서 참패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동안 무기력하게 멸종된 ‘초식공룡’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사티아 나델라 회장이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를 내세우며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 부활했다.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클라우드에 이어 사티아 나델라의 기술과 미래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필자가 보기에 오픈AI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십은 모바일에서의 실패를 AI에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본다. 모바일폰 OS에서의 주저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파트너십은 오픈 AI와 인공지능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연동하여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픈AI는 이를 통해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엄청난 컴퓨팅 파워 문제를 ‘Azure’를 통해 한방에 해결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제품 및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경쟁자인 구글이나 애플, AWS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빌 게이츠의 말대로 생성형 AI는 인류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은 “예스(Yes)”이다. 사실 위에서 아이폰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사실 챗GPT를 보며 아이폰의 초기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휴대전화를 손 안의 컴퓨터로 전환시킴으로써 모바일 혁명이 일어난 것은 주지의 사실. 거기에 더해 아이폰은 패러다임을 바꾼 몇 가지 특별한 혁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용자들은 그런 아이폰의 혁신에 열광했다.
우선 ‘터치스크린’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용자들은 키패드를 사용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직관적이고 간편하게 스마트 폰을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자연어 처리기술을 사용하여 인간과 대화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자연어의 이해와 생성작업은 많은 부분 수동으로 이뤄졌다.
▲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 안내 이미지. |
그런데 AI가 자동으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지식을 요약해 그 결과물을 사람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인간처럼 창의적이고 수준이 높다.
가령 ‘아이폰이 새로운 혁신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AI가 정확한 문법과 수려한 문장으로 장문의 답변을 해 준다. 이처럼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의 유저인터페이스가 혁신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아이폰의 두 번째 혁신은 애플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앱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애플 제품군 내에서 통합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모델은 다른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더 큰 변화는 많은 개발자나 창작자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유통혁명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챗GPT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챗GPT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구글이 독점적인 아성을 쌓아온 검색시장이 챗GPT를 탑재한 MS의 검색엔진 ‘빙(Bing)’의 도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또한 필자가 최근 참석했던 한국디지털 광고협회 총회에서는 챗GPT가 가져올 파급효과와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최대의 화두였다. 광고카피 역시 이제 인간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한 챗GPT가 순식간에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기존의 GPT모델에서는 대화만을 다루었지만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다루는 모델도 이미 개발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 역시 ‘비디오메이커’라는 솔루션을 준비중인데, 이용자가 스크립트를 쓰면 거기에 맞는 동영상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보다 근본적으로 아이폰은 ‘스마트폰 혁명’이라 불릴 만큼 인간의 생활 그 자체를 바꾸었다.
현대인은 하루에 스마트폰을 2600번 터치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스마트폰은 우리의 생활패턴 자체를 바꾸었다. 정보검색, 폰뱅킹, 게임 등등 거의 생활의 모든 것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 오죽하면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생성형 AI모델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고, 곧 우리 생활의 전반을 바꿀 것이다. 아니 이러한 혁신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챗GPT를 사용해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들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생성형 AI는 스마트폰 처럼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우리의 생활 그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챗GPT 출시 이후 한국에서의 화두는 ‘어떻게 한국형 챗GPT를 만들 것인가’인 듯하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이달 안에 관계부처 합동 초거대 AI 산업정책을 발표해 '한국형 챗GPT' 개발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을 환영하지만 마음 한구석의 찜찜함은 숨길 수 없다.
솔직히 말해 필자는 산업분야에서 ‘한국형’이라는 말에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형 플랫폼, 한국형 OS, 한국형 표준 등등. 대부분의 경우 ‘한국형’이란 표현은 ‘한국의 독자기술 개발’이라는 명분을 달고 있지만, 이면에는 외국의 빅테크 공룡들에 맞서서 ‘한국 시장 지키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그 이면에는 정부의 풍부한 자금 지원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규제장벽을 만들어 달라는 관련업계의 염원도 어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 기술로 만든 생성형 AI’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한국의 IT기업들은 한국어 자연어 처리분야에서는 나름 경쟁력이 있고, 한국어 데이터셋 구축도 상대적으로 외국의 빅테크들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자체 클라우드를 보유해 컴퓨팅파워도 가지고 있다. 네이버가 한국의 검색시장을 지켜냈듯이, 한국형 챗GPT로 국내시장을 지켜주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정부는 한편으로는 좀 더 큰 생각(Think Big)을 했으면 좋겠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어 기반의 한국형 서비스로 국내 시장을 지켜냈지만 이들의 검색서비스는 국내를 한발짝도 넘어서지 못했다. WBC에서 참패한 한국야구처럼 ‘국내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시대에 좀더 ‘큰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형 챗GPT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의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출발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는 기업들이 그림도 그려야 하지 않을까.
가령 한국형 생성형AI 개발은 네이버나 KT 같은 국내 IT 대기업에게 맡기고, 정부의 지원과 투자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뛰는 스타트업이나 중소IT기업에 집중하는 영리한 전략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최근 글로벌언어학습 플랫폼 듀오링고라는 회사가 GPT3.5에 비해 외국언어처리 기능을 대폭 강화한 GPT4를 기반으로 한 번역서비스를 개발했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이런 기업들이 시작부터 새롭게 열리기 시작한 글로벌 마켓을 목표로 했으면 한다.
물론 필자는 기술전문가도 아니고, AI에 대한 지식도 그리 깊지 못하다. 하지만, 국내시장만 지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챗GPT에 재미삼아 이에 관한 두 가지 질문을 해봤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나는 솔직히 챗GPT에 흠뻑 빠졌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지만 결론은 감탄으로 끝났다. SF영화에서 보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같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미숙한 점도 보인다. 그러나 계속 진화할 것이다. 아직 챗GPT를 경험해 보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당장 오픈AI 웹사이트(https://openai.com) 로 가볼 것을 권한다. 이미 우리에게 불쑥 다가온 AI혁명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AI혁명의 시대. 스마트폰 OS를 사장시킨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저함이 아니라, 과감히 오픈AI에 투자한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기술과 미래, 그리고 시장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크게 생각하자. 이태희 CUE코리아 대표
대학졸업 후 30년간 언론(한국일보)과 공무원(방송통신위원회), 국제기구(TEIN), 글로벌 기업(마이크로소프트) 등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사회의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 2020년부터 글로벌 마케팅·테크놀로지 기업인 CUE Group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변화의 지향-사상의 자유시장과 인터넷의 미래'(나남, 2010)이 있으며, 몇 권의 공저와 학술논문들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