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LCD 가격 상승과 애플 아이폰 판매 호조라는 바람을 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외적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 LG디스플레이가 LCD가격 상승과 애플 아이폰14 프로맥스 판매 호조에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OLED) 패널이 적용된 TV(왼쪽)와 아이폰14프로맥스(오른쪽) 모습.
17일 증권업계와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까지는 재고조정의 과정을 거치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겠지만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보며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선제적 재고 감축을 통해 직전 분기와 비교해 1조6천억 원 규모의 재고를 축소했다”며 “대형 디스플레이 부문은 올해 상반기 재고조정 뒤 가동률을 회복해 하반기에는 점진적 실적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대형 LCD 패널 가격의 상승세와 관련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올해 2월 50인치 이상 TV용 LCD 패널을 중심으로 판매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모든 크기의 TV용 LCD 패널 가격이 2월보다 4%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LG디스플레이의 LCD 매출비중은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전체 사업에서 약 48%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장기적으로 LCD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두긴 했지만 당장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LCD패널 가격에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의 국내 7세대 LCD TV 패널 공장은 지난해 말 생산을 완전히 종료했고 중국 8세대 LCD TV 패널 공장은 올해 초부터 생산능력의 50% 수준으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CD 가격의 상승추세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올레드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TV용 올레드 패널은 LCD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LCD 패널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LCD 가격이 다시 개선세를 보이면서 올레드의 상대적 가격경쟁력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에서 불어오는 훈풍도 LG디스플레이의 어깨를 가볍게 할 것으로 보인다.
DSCC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체 아이폰 디스플레이 패널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하반기 공급 초반에는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올해 2월말 기준 30% 이상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애플은 아이폰 14시리즈의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중국 BOE를 낙점했는데 상위 라인업인 ‘프로’는 삼성디스플레이, ‘프로맥스’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를 공급사로 선택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10월부터 아이폰 상위 라인업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올레드를 공급해 점유율을 높여가는데 속도를 더하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기업신용평가기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4일 LG디스플레이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부정적 등급전망은 당장 신용등급 자체를 하향하지는 않지만 1~2년 장기간에 걸쳐 재무상태를 확인하면서 하향조정을 검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가 적극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패널 공급과잉 현상이 완화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전자제품 판매 감소에 따른 수요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LG디스플레이의 매출과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