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래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전기차의 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일 수 있다. 전장화 추세, 최근의 공급난 등을 떠올려보면 반도체일 수도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자동차가 레저의 공간이 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어쩌면 지금보다 디스플레이가 미래 자동차에서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모두 다 중요하겠지만 가장 많은 돈이 되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소는 어쩌면 소프트웨어일지 모른다.
시선을 자동차에서 모바일로 돌려보자.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가장 성공한 곳으로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모바일 산업 전체에서 가장 뜬 회사를 꼽으라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애플과 구글이 꼽힐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제조사로도, 소프트웨어기업으로도 모두 들어간다.
일론 머스크는 미래 자동차를 두고 ‘바퀴 달린 컴퓨터’라 정의한 적이 있다. 손에 잡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 시대처럼 바퀴 달린 컴퓨터인 미래 차 시대에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해질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에는 인공지능의 고도화가 중요하다. 데이터를 처리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도구로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 내 소프트웨어 회사 현대오토에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설립된 뒤 현대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주력으로 했던 곳입니다.
다른 대기업 계열사의 시스템통합 사업도 그렇지만 현대오토에버의 사업도 대체로 현대차그룹 내부 일감을 처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이 사업이 나름 쏠쏠한 편이고 확실한 일감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 사업이 성장성이 있다고 보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런데 차량의 전장화, 자율주행화의 흐름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애초 소프트웨어 역량이 있는 현대오토에버로서는 성장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2021년 초 이뤄진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와 합병을 통해 현대오토에버로 그룹 내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집된 것도 의미가 있다.
원래 현대오트론은 차량용 반동체와 제어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 역량을 지니고 있었고 현대엠엔소프트는 내비게이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현대오토에버,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가 현대오토에버란 이름으로 합병되면서 소프트웨어 통합개발과 운영이 가능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월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 행사에서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로 대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18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의 중요성도 더 높아질 거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런 강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현대오토에버를 두고 “국내 자율주행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선도하고 있고 차량 소프트웨어 부문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하며 2023년에도 고성장이 기대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전장과 자율주행은 4차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 수요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유망 업종”이라고 봤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꼽히는 통합형 운영체제에서도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폴크스바겐,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독자적 통합형 운영체제에 가장 적극적인 완성차기업이다.
이와 달리 볼보, 혼다, 포드, GM 등은 통합형 운영체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적용을 공식화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적용하는 것도 장점은 있다. 일단 많은 소비자들이 안드로이드에 익숙한 만큼 사용자 경험을 자동차로 쉽게 확장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많이 단축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핵심역량을 외부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 구글에 종속적 위치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은 단점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앞으로 어마어마한 시장이 될 통합형 운영체제에서는 독자적 개발을 추진하는 완성차업체들과 구글 사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이미 소프트웨어 역량도 상당 부분 입증한 테슬라, 조만간 애플카로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애플까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2022년 5월 현대오토에버 블로그에 미래차 운영체제 경쟁을 위한 골든타임은 2024년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2024년까지 시간은 자동차산업에서 미래차 운영체제 경쟁을 위한 골든타임이며 결과물 완성이 늦어지는 기업과 타사 대비 열세에 있는 회사는 향후 미래차 경쟁에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자동차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중요해지는 향후 몇 년 동안 현대오토에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