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DL이앤씨가 참여하는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렸다.
이날 기공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에쓰오일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울산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스팀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건설한다. 총 투자규모는 9조2580억 원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프로젝트는 패키지 3개로 구성됐고 총 사업비는 9조3천억 원이며 EPC(설계·조달·시공) 금액만 7조7천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다. 샤힌 프로젝트의 패키지별 규모는 1번 5조4400억 원, 2·3번 2조2400억 원 규모다.
DL이앤씨는 8일 샤힌 프로젝트 패키지1 수주를 했다고 공시했다. 패키지1 지분율이 기존 현대건설 57%, 현대엔지니어링 43%에서 현대건설 44%, 현대엔지니어링 30%, DL이앤씨 26%로 조정되면서 DL이앤씨가 1조4120억 원의 공사를 확보하게 됐다.
애초 지난해 11월 계약 당시 패키지1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패키지2는 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패키지3은 롯데건설이 각각 수주했다.
플랜트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가 개별 프로젝트에서 감당할 수 있는 매출 규모는 2조 원 안팎이다”며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발주처인 에쓰오일과 주간사인 현대건설과 협의를 통해 DL이앤씨가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대림산업 시절 석유화학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뿐 아니라 직접 운영까지 해 관련 노하우가 풍부한 것으로 여겨진다. 에쓰오일이 2018년 11월부터 상업가동하기 시작한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도 있다.
에쓰오일의 복합석유화학시설 프로젝트는 기술 사업비 5조 원 규모로 지난 2015년 9월 대림산업(현 DL이앤씨)과 대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뒤 EPC를 수행했다.
DL이앤씨는 샤힌 프로젝트 이외에 지난 2월22일 해외 화공플랜트 건설공사 수주 공시를 내기도 했다. 다만 발주처의 경영상 비밀유지 요청에 따라 계약금액, 계약상대, 판매 및 공급지역 등의 주요내용에 관한 공시를 유보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금액이 명기되지 않았지만 공시기준이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의 3%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229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샤힌 프로젝트까지 더하면 DL이앤씨는 올해 플랜트사업 신규수주 목표 3조6천억 원의 절반가량을 채운 것으로 보인다. 마 대표는 DL이앤씨는 사우디라바이아 인산염 프로젝트(6천억 원), 국내 태광 아크릴로니트릴 프로젝트(3천억 원) 등의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올해 플랜트사업부문 매출 목표달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DL이앤씨의 올해 플랜트사업부문 매출목표는 1조4천억 원이다.
마창민 대표는 상반기에 확보한 두 건의 대규모 플랜트사업을 신속하게 매출로 전환해 모스크바 정유공장, 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 등 러시아사업 매출화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내 주택경기 둔화 위험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가 지난 1월27일 임직원신년 트래킹 행사에서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다짐한 만큼 이날 기공식을 기점으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마 대표는 플랜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신 국내 주택사업에서는 철저히 위험관리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2022년 주택건축사업에서 6조3285억 원의 신규수주를 올려 목표치인 6조2천억 원을 넘어서는 결과를 얻었지만 올해 수주 목표는 6조 원으로 낮춰 잡았다. 또한 매출로 연결되는 주택 착공실적 목표도 올해 9080세대로 지난해(1만248세대)보다 내려 잡았다.
다만 분양시장 호황기, 불황기를 구분하지 않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사업위험을 관리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DL이앤씨는 주택사업을 수주할 때 토지 소유권 확보 단계에서 시행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지 않는다. 연대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지의 인허가 또는 본 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이 지연되거나 무산됐을 때 재무적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주택부문 매출 감소를 플랜트부문에서 모두 보완할 것이다”며 “플랜트부문 성과와 함께 주택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발채무 위험이 없는 점이 부각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