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오른쪽)과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이 글로벌 컨설팅기업 EY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대화하고 있다. < EY > |
[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의 주춧돌을 놓은 '영혼의 파트너'가 다시 결합한다. 경영에 복귀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과 4연임에 성공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6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서 명예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하고 기 부회장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서 명예회장은 2015년 기 부회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줬고 2021년에는 셀트리온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기 부회장과 함께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셀트리온의 역사는 서 명예회장과 기 부회장의 인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셀트리온에 세상에 나오기 전인 1990년대 두 사람은 대우자동차 기획조정실에서 같이 일했다. 당시에도 서 명예회장과 기 부회장은 신뢰관계가 두터웠다. 기 부회장은 대우자동차 시절의 서 명예회장을 '리스크를 지는 상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같은 믿음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서 명예회장과 기 부회장은 1999년 터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흔들리는 회사에서 나왔다. 그리고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3명과 함께 2000년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넥스트솔루션)을 세웠다.
이후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고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제품을 위탁생산하며 바이오 노하우를 쌓은 뒤 2008년 마침내 바이오시밀러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11년 바이오시밀러 7종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놨다.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시기였다. 시장에서는 서 명예회장의 진의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결국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허가받는 데 성공하면서 바이오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같은 성과는 기 부회장 등 임직원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 부회장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임상, 허가 등을 담당하며 램시마의 탄생을 진두지휘했다.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던 기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드러난 시점은 2015년부터다. 서 명예회장이 셀트리온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때다. 서 명예회장은 오래 전부터 약속했던 대로 그룹을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고자 했다. 서 명예회장의 후임자로 선택된 인물이 바로 기 부회장과 김형기 부회장이다. 오랜 파트너에 대한 믿음이 반영된 인사였다.
이후 김 부회장이 2018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자리를 옮긴 뒤 기 부회장은 지금까지 단독 대표로서 셀트리온을 이끌어왔다. 특히 2021년 서 명예회장이 셀트리온 이사회에서도 물러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기 부회장의 역할이 부각됐다.
서 명예회장이 부재한 동안에도 셀트리온은 기 부회장 체제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사업을 다지며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셀트리온 매출은 2015년까지만 해도 670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무려 2조2800억 원을 기록했다. 기 부회장이 순조롭게 4연임에 성공한 까닭이다.
셀트리온을 세운 창업주와 회사 매출을 역대 처음으로 2조 원대에 진입시킨 전문경영인의 재결합은 셀트리온 투자자들에게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셀트리온 안팎에 중요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은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를 미국에 출시하는 한편 현지 직판체계를 구축하면서 미국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또 각종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중이다. 이처럼 폭 넓은 신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서 명예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해졌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3사 합병 문제도 서 명예회장이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기 부회장은 이미 합병에 대한 행정적인 검토를 모두 해놨다고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밝혔다.
하지만 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셀트리온 기업가치 제고에 핵심 역할을 해온 서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가 주주 설득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