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22년 1월 캐나다 배터리 재활용기업 ‘리씨온(Lithion)’ 지분투자를 진행하고 한국 사업 독점권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의 닻을 올렸다. 리씨온은 이차전지 원재료 추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아이에스동서는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영역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이미 인선이엔티 자회사인 자동차 해체·파쇄 전문기업 인선모터스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서 첫 번째 단계인 원재료 즉 배터리 수급체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인선모터스는 국내 폐차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른다. 수도권으로 좁히면 시장 점유율은 70%까지 올라온다.
아이에스동서는 17일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중장기 로드맵을 소개하는 IR설명회에서 “인선모터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수소차 해체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연간 3만 대 규모의 차량을 해체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여기에 토목 및 엔지니어링 자회사 아이에스비엠솔루션, 이차전지 재활용기업 아이에스티엠씨 인수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의 전처리, 후처리 공정체계도 구축했다.
아이에스비엠솔루션은 이미 경기도 화성시에 폐배터리 파쇄 등 전처리 공정을 위한 공장부지를 매입하고 착공을 앞두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의 마지막 퍼즐인 아이에스티엠씨(전 타운마이닝캄파니)도 본격적으로 생산능력 확장에 나선다. 올해 안에 탄산리튬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2024년에는 제4공장 건설에 착공한다.
아이에스티엠씨는 상장사인 성일하이텍, 새빗캠 등과 함께 국내 이차전지 재활용시장의 대표적 기업이다.
아이에스티엠씨는 1998년 설립된 회사로 2003년 소형배터리에서 코발트를 회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본격적으로 중대형 배터리에서 블랙파우더 등을 회수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8년에는 탄산리튬 공정을 완성해 양산화에 성공했다. 탄산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완성차기업들도 리튬 기업 인수 등 리튬 확보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에스티엠씨는 2022년 매출 1096억 원, 영업이익 276억 원, 순이익 224억 원을 거두면서 실적도 성장궤도를 타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2021년보다 197%, 1740%, 1020% 급증했다. 제3공장을 준공해 본격 가동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늘었다.
권 사장이 아이에스동서 재4공장 등 생산능력 확충에 공격적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앞으로도 실적 성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아이에스동서는 2022년 기준 매출 2조 원대를 내고 있는데 경쟁사들의 실적과 비교해 산출한 아이에스티엠씨의 기업가치는 벌써 5천억 원에서 높게는 최대 1조 원까지로 평가되고 있다.
권 사장이 아이에스티엠씨 인수에 실제로 들인 현금이 약 115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 투자’라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아이에스동서는 아이에스티엠씨 지분 100%를 2275억 원에 인수했는데 2021년 사모펀드가 아이에스티엠씨를 매입할 때 투자한 원금 250억 원과 투자에 따른 수익금 약 1100억 원 등을 상계하고 약 900억 원을 잔금으로 지급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폐베터리 재활용시장은 2025년부터 2040년까지 한 해 평균 성장률이 33%에 이르러 204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7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한 해 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기차 배터리는 5~10년 사용 뒤 폐배터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아이에스동서의 전신인 일신건설산업을 창업한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의 장남이다. 2012년 35세 나이로 아이에스동서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일찍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 오너2세로 입지를 쌓아왔다. 2021년 아이에스동서 대표이사에서는 내려왔지만 사장으로 인수합병 등 굵직한 경영현안을 지휘하고 있다.
권 사장은 특히 인수합병 전략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힘을 실어왔다. 아이에스동서 대표로 나선 뒤 2014년 건자재기업 영풍파일과 자회사 중앙레미콘, 중앙물산 등을 인수해 건설부문 수직계열화를 구축했고 2017년부터는 폐기물처리 신사업영역에서 공격적 인수합병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2022년 3분기 기준 환경사업 매출 비중이 17.2%, 건설사업부문 비중은 74.3%에 이른다. 권 사장은 아버지 권혁운 회장의 의지를 이어받아 건설부문 비중을 40% 아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