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0일 나무의 건강한 생장을 위해 겨우내 설치해 뒀던 조명시설을 이제 철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야간 조명이 식물의 호흡량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는 장면. <국립산림과학원> |
[비즈니스포스트] 연말연시에 맞춰 식물에 설치한 조명 장식을 이제 철거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야간 조명은 식물의 생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도 늘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0일 나무의 건강한 생장을 위해 겨우내 설치해 뒀던 조명시설을 이제 철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무는 겨울에는 휴면에 들었다가 칼바람이 누그러지고 기온도 올라가는 현재 시기부터 휴면에서 깨어나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이 시기에 나무는 뿌리로 물과 영양분을 끌어 올려 몸도 커지고 새로운 잎도 만들기 시작한다.
잎은 나무가 살아가기 위한 양분을 만드는 중요한 기관으로 낮에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잎에 탄소를 축적하고 밤에는 호흡과정을 통해 축적된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배출한다.
산림과학원은 “밤에도 지속되는 조명의 밝은 빛과 열은 식물의 야간 호흡량을 증가시킨다”며 “낮 동안에 축적된 탄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들어 나무의 건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과는 야간 빛 노출과 조명기구의 열이 잎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소나무, 왕벚나무, 은행나무를 대상으로 야간 12시간 동안 엘이디(LED) 조명기구의 빛을 노출시킨 후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야간 12시간 동안 빛 노출이 이뤄지면 빛이 없었던 때보다 은행나무는 4.9배, 소나무는 3.9배, 왕벚나무는 2.4배 호흡량이 증가했다. 식물이 장시간 야간조명에 노출되면 호흡량이 늘고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또한 추운 겨울철에는 야간조명에서 발열되는 열이 추위에 상쇄돼 나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조명의 열이 잎에 전달되어 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장시간 열에 노출되면 잎이 변색되거나 마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잎눈이 발달하거나 잎이 생장하는 시기에 야간조명기구를 철거하면 물리적으로는 잎눈과 잎을 찢기게 하는 등의 훼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임균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과 과장은 “도시 숲의 나무는 주요한 탄소흡수원일 뿐만 아니라 뜨거운 도시를 식혀주고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며 “건강한 나무를 유지하기 위해 새잎이 나기 전 야간조명기구 철거를 꼭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