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동시에 파업투표를 진행하며 23년 만의 연대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두 노조 모두 파업을 가결할 가능성이 높다. 두 노조가 연대파업을 벌이게 되면 정부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뜻도 포함돼 있어 노동계와 정부의 정면충돌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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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왼쪽), 박유기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
현대자동차 노조는 13일 전체 조합원 4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파업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오전에 출근하는 울산공장 1조 조합원 1만3천여 명은 점심시간인 오전 10시50분부터 낮 12시10분 사이에, 오후에 출근하는 2조는 오후 7시40분부터 8시20분 사이에 각각 투표를 진행한다.
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과 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의 투표함을 모아 밤 늦게 개표를 시작해 14일 오전에 투표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전체 조합원 1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 오후 1시30분까지 3일 동안 투표를 실시한 뒤 울산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개표하기로 했다.
두 회사 모두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파업 가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서 노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20일 주최하는 노동자대회에 맞춰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민주노총 소속은 아니지만 11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현대차 노조와 연대파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 노조의 연대파업이 이뤄지면 1993년 현대그룹 8개 계열사들이 모여 현대그룹노조총연맹의 공동투쟁을 실시한 이후 23년 만에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자차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1993년 그룹 측이 공동임금투쟁과 관련한 협상을 거부하자 총파업을 벌였다.
당시 노사는 임단협과 해고자복직 등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직장폐쇄 사태까지 갈등이 악화했다. 이후 노동부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고 정부가 현대자동차에 긴급조치권을 발동하는 등 사태가 노사정 대립상황으로 번지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경찰력 투입없이 갈등이 수습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