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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끄떡없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은?

정의길 egil@hani.co.kr 2023-02-1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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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끄떡없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은?
▲ 한 주민이 2023년 1월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러시아의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건물을 지켜보고 있다. 이 지역은 2022년 11월 이후 러시아군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으며, 계속된 폭격에 난방, 전기, 연료 공급이 끊어져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은 2022년 2월 시작돼 만 1년이 되어간다. <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고 있지만, 세계경제를 옥죄는 최대 위기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래 전부터 예고되던 러시아의 대공세가 점화되고 있고, 이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반격 역시 예상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군이 새로운 대공세를 시작했다며 “그들이 더 많은 군대, 더 많은 무기,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보급 경쟁에 돌입했음이 분명하다.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주도권을 쥐기 전에 탄약, 연료, 부품 등 핵심 군사 역량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서방과 러시아가 자원을 동원한 소모전을 벌인다는 의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지나면서 서방과 러시아 모두는 그 충격에 적응하고는 있으나, 지난해와 같은 에너지값 폭등 등 변수는 여전하다. 결국, 종전만이 근본적 답인데, 현재로서는 무망한 상황이다.

소모전으로 들어가는 이번 전쟁은 결국 어느 쪽이 먼저 전쟁자원이 고갈돼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이나 러시아 모두 당분간 전쟁을 지속할 자원과 능력, 의지가 의연한 상태이다.

관건은 서방의 전면적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이다. 경제력으로는 미국 등 서방에 비해 수십분의 1밖에 안되는 러시아가 그 제재를 얼마나 버텨낼 수 있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서방의 제재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옥죄는 데 별다른 효과를 발휘했지 못했다. 또, 앞으로 몇 년간 러시아는 전쟁을 수행할 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30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를 보면, 올해 러시아는 경제 회복을 해서 세계경제 성장을 추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됐다.

지난해 -2.2%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경제가 새해 들어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해 올해 0.3%, 내년 2.1%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와 내년 세계 평균 성장률 2.9%와 3.1%보다 낮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경제권의 평균 성장률 1.2%, 1.4%와 견주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통화기금의 이런 전망은 대러시아 제재가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도 경제성장을 하고, 전쟁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토대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와 중국과의 경제협력 때문이다.

지난 1월24일 발표된 블룸버그 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서방이 러시아의 전쟁자금원을 옥죄려 러시아 석유 및 가스 수출 상한제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당분간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현재 배럴당 60달러 정도인 상한가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의 우랄 원유가가 50달러 이하로 급속히 추락하지 않는한 적어도 3년 동안은 전쟁을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배럴당 50달러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인 지난해 초에 비해 거의 3분의 1 가격이다. 현재 표준적인 국제 원유가인 브렌트유 가격은 85달러 수준이다. 국제 원유가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다고 관측된다.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전 러시아 재무부 부장관은 지난해 12월5일 '알자지라' 기고에서 석유 에너지 수출 대금 수입 등 올해 러시아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재정적자는 520억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않을 것이고 이는 현재 1200억달러나 되는 위안화 및 금 등 보유고에서 전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달러와 유로화로 된 3천억 달러를 동결당했으나, 3100억 위안(450억달러)에 상당하는 중국 위안화 보유고를 갖고 있다. 이 위안화 보유고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서방에서 수입못하는 각종 소비재와 장비 등을 중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에너지 수출 대금 수입은 러시아 연방정부 세수의 45%를 차지한다. 우랄산 원유가 상한가인 배럴당 60달러를 유지하면 위안화 보유고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배럴당 25달러 이하가 돼야만, 러시아는 이 위안화 보유고를 올해 안에 소진한다고 분석됐다.

벨 연구소는 러시아 석유 수출가가 3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도 해도, 러시아군은 계속 완전히 자금을 지원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예산에서 국방과 안보 분야는 ‘보장된 지출’으로 분류돼, 가변성 높은 에너지 수출가에 연동되지 않는 세수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 연구소는 지난 8년간 러시아 예산을 분석하면, 석유 수출가가 30달러 이하로 떨어져도, 러시아군 예산은 보장받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방위산업인 군산복합체는 현재 1300개 기업에 러시아 노동력의 2.7%인 약 20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발달된 러시아의 군수기술에 바탕한 이런 대규모 방산업체는 러시아의 전쟁 자원을 생산하고 추동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특히, 러시아의 방위산업은 발달된 중공업과 풍부한 자원에 바탕해, 냉전 때부터 서방 세계와 절연된 채 자급적인 생산 체제를 꾸려왔다. 서방의 제재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신디게이트 프로젝트> 기고에서 “제재는 한 국가가 정치 분야에서 강력히 고수하는 정책을 바꿀 수 없다. 국가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것이다”며 ”제재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이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들어 ”경제회복에 대한 일부 긍정적 신호가 있지만, 갑작스런 긴장 격화는 세계 경제를 심하게 불안화시키고, 증시를 추락시키고, 탈세계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이 러시아 석유 가스 수출가 상한제를 실시하자, 지난 1월 석유 생산량을 오히려 5% 감축하는 대응을 해서 국제 석유가는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세계경제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려면, 이제 제재나 군사적 수단이 별로 효용이 없다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 양쪽은 현실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길만이, 세계경제뿐 아니라 세계안보의 재앙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살 길이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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