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새로운 롯데(뉴 롯데)' 전략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여러 노력 끝에 어렵게 영입한 사람은 떠나고 힘차게 닻을 올린 신사업에서는 잡음이 들린다.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새로운 롯데(뉴 롯데)' 전략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롯데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혁신을 위해 영입한 인재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성장동력으로 꼽은 새로운 사업에서는 잡음이 들린다.
13일 롯데그룹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사건은 신 회장이 공을 들여 영입한 핵심인재,
배상민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의 이탈이다. 배 센터장은 1월 말에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센터장은 과거 롯데그룹 임원들이 모인 강연에서 롯데의 디자인을 두고 '구리다'며 혹평한 인물이다. 신 회장이 여러 번 설득한 끝에 영입된 그는 '뉴 롯데'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여겨졌다.
신 회장은 배 센터장의 브랜드 혁신 작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를 사장 직급으로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디자인경영센터라는 조직도 새로 만들었으며 그 사무실을 롯데월드타워에 마련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배 센터장은 신 회장의 여러 배려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에 영입된 지 1년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그룹은 배 센터장의 사임을 놓고 "원래 일하시던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사임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 센터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롯데그룹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일로 여겨진다. 그가 추진해온 브랜드 혁신과 관련한 구체적 성과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수장이 먼저 스스로 하차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배 센터장이 브랜드 쇄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된 핵심 인재였다는 시각에서 그의 이탈은 롯데그룹에 더욱 뼈아플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지주는 현재 배 센터장의 뒤를 이을 후임 디자인경영센터장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이 난처한 것은 비단 인물 문제만 아니다.
롯데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고 지난해 연달아 법인을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에서는 여러 잡음이 들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인력 유출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임직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력 빼가기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인물을 여럿 영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법적 소송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용증명은 대부분 그 자체만으로는 효력이 없지만 나중에 재판에서 "나는 이런 의사표시를 명확하게 했다”는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내용증명을 받은 것은 벌써 3번째다.
이번 갈등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심각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행보를 문제삼아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신사업의 또 다른 축인 롯데헬스케어도 최근 상황이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헬스케어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과거 롯데지주가 헬스케어사업을 구상할 때 알고케어에 협력과 투자를 제안하며 접근한 뒤 사업과 관련한 여러 정보를 취득했고 이를 기반으로 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 논란은 정부까지 개입하고 있을 정도로 주목도가 높다는 점에서 롯데헬스케어가 느끼는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기술유용감시과를 통해 롯데지주와 롯데헬스케어 등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 논란이 터지자마자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의 입장을 번갈아 청취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헬스케어와 관련한 논란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롯데그룹에 투자 유치나 협력을 제안하기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