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 티탄씨가 1월7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상대 민사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일부 승소한 뒤 화상 연결을 통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따른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는 응우옌씨에게 3천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응우옌씨는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3천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국 정부는 베트콩(베트남 공산주의 군사조직)이 한국군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군이 민간인을 살해했더라도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 제1중대 소속 군인들이 1호 작전을 수행하던 중에 원고 가족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 원고의 모친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곳으로 강제로 모이게 한 다음 총으로 사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런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에게 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는 한국 정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다만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거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도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해 사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