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며 배터리업체 등 주요 협력사에 단가 인하 압박을 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 전기차 주력차종 '모델Y'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가를 낮춰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며 주요 협력사에도 공급 단가와 관련한 압박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주요 배터리 공급사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가 공격적 비용 감축을 예고하면서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들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전기차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협력사를 향해서도 공급 단가 인하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런 내용을 전하며 테슬라가 특정 협력사에는 10%에 이르는 비용 절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이처럼 전기차 생산 원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올해 전기차시장 수요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테슬라는 미국과 유럽,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등 주요 지역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며 테슬라의 수요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가격 경쟁력을 높여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시장 경쟁에 맞서는 동시에 수익성을 높여 미래 성장을 위한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 비용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전사적으로 비용 절감 노력을 강화하면서 전기차 생산 원가를 더 낮추기 위해 배터리 공급사를 비롯한 주요 협력업체에도 공급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이처럼 다수의 협력사에 압박을 더한다면 중국 전기차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충분히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현재 테슬라는 미국 공장에 대부분 자체 기술로 개발한 배터리나 일본 파나소닉이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주요 공급사로 자리잡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 물량과 판매량 등 측면에서 배터리업체들에 매우 중요한 고객사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공급 단가를 낮추라는 압박이 이어진다면 협력사 입장에서 이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도 테슬라의 배터리 가격 인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로 인해 올해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합작공장이 위치한 기가팩토리. |
테슬라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테슬라는 그동안 판매 확대에 집중하며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부품 확보에 속도를 내려 했다”며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이제 바뀌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주요 협력업체를 향해 공급 단가 인하에 따른 손해는 물량 확대로 충분히 만회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기차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테슬라가 목표한 대로 전기차 판매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GM과 포드 등 주요 자동차기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노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협력사를 향한 테슬라의 단가 인하 압박이 이미 자동차시장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던 일이라며 이런 추세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주요 공급사가 이런 요구에 반발해 오히려 테슬라에 압박을 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테슬라 이외 다른 고객사에 공급하는 배터리 물량을 늘리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CATL 역시 유럽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하며 중국 내수시장에 의존을 낮추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가 고객사 기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갈수록 떨어질 공산이 크다.
테슬라가 원활한 전기차 생산을 위해 배터리 공급업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무리한 가격 인하 요구를 내놓기는 쉽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다수의 테슬라 협력사는 이미 경제적 측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단가를 지금보다 낮출 만한 여지는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