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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난방비 실체는 에너지, 한국판 IRA 만들자"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3-02-03 08: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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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난방비 실체는 에너지, 한국판 IRA 만들자"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기후변동이 커지면서 에너지가격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에너지 위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며 “에너지비용 상승에 대비하면서 청정에너지 분야의 산업지원과 고용 창출까지도 연결하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비슷한 형태의 예산과 행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녹색전환연구소>
 [비즈니스포스트] 800억 원에서 1800억 원, 3천억 원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가 난방비 지원 예산을 또 늘렸다. 정부는 1일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3월까지 총 59만2천 원의 난방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742억 원, 파주시가 444억 원 등 각각 수백억 원의 예산을 각 세대에 현금으로 지원하겠다며 책정했다.

그 사이에도 에너지 가격은 또 올랐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액화석유가스(LPG) 국제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프로판은 200달러, 부탄은 185달러로 30.6~33.9% 폭등했다.

액화석유가스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과 주택에서 난방용으로, 식당·노점상 등 영세업종에서 취사용으로 주로 쓰여 ‘서민 연료’로 불린다.

또 난방비 지원을 늘려야 할까. 기후에 따라, 정세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지원의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기후변동이 커지면서 에너지가격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에너지 위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면서 “에너지비용 상승에 대비하면서 청정에너지 분야의 산업지원과 고용 창출까지도 연결하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비슷한 형태의 예산과 행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환경계획학 박사이자 서울에너지공사 이사,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출신으로 기후, 에너지 분야에서 꾸준히 대안과 해법을 제기하고 있는 이 부소장에게 비즈니스포스트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 난방비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물었다.

- 정부와 지자체가 난방비 지원을 늘리고 있다. 1월에 도시가스 요금이 36.2%, 지역난방비가 34%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법이 될까.

“난방비 상승의 실체를 봐야 한다. 그 실체는 에너지 위기이다. 따라서 해법을 난방비 지원뿐 아니라 장기 에너지 비상 사태에 준하는 대책으로 확장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대책을 에너지전환,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해소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다. 정부는 3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세우고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탈탄소 에너지전환을 동시에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방법이 있는가?

“지난해 미국에서 실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 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에너지비용 상승에 대비하면서 청정에너지 분야의 산업지원과 고용 창출까지도 연결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미국인들이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근거가 이 법 덕분에 마련됐다.

지원 규모도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왜 이 법을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라고 강조했는지 저절로 이해된다.

단열 개선을 위해 일반 가구는 4천 달러, 저소득층은 최대 8천 달러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돈으로 490만 원, 981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창호 교체나 단열 개선에는 1200달러, 전기 히트펌프 설치는 2천 달러를 지원한다.

신청도 편하다. 백악관 ‘모두를 위한 청정에너지’ 사이트로 가서 클릭만 하면 지원기관과 연결된다.”

- 유럽도 히트펌프 등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높은 지원책을 쓰고 있다. 이런 정책엔 막대한 재원이 들텐데.

“유럽은 에너지 위기 대응 긴급 조치를 내리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큰 돈을 번 에너지 생산기업과 정유업체들한테서 기부금 명목의 횡재세를 걷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400억 유로, 188조 원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이 돈은 취약 계층 에너지 비용 지원, 기업 유동성 지원,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개선 재원으로 쓰인다.

미국과 유럽 사례에서 보듯 급격한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대책에는 총 에너지 소비량 저감과 에너지전환 정책이 연결되어야 한다. 정부는 시민들이 각자 상황에 따라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서 제공해야 한다.”

- 한국에 필요한 정책은?

“에너지 빈곤층 지원도 필요하지만 유럽 같이 횡재세를 거둬들이는 논의, 미국 IRA처럼 법과 행정 기반을 만드는 논의도 필요하다. 매년 국회에서 논의가 흐지부지되곤 했던 에너지복지법도 이제는 제대로 논의해야 할 때가 왔다.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이 대개 고갈될 자원, 가격이 높아지는 자원이라는 데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가 그렇다.

앞으로도 값싼 에너지 시대가 오긴 어렵다.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대안을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의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가격 변동성이 낮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립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판 IRA가 필요하다. 정부가 3월에 발표할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논의의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지금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가 적자와 미수금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커버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도 높다.

“공기업의 적자가 무조건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버틸 수가 없다.

무엇보다 국민의 에너지 민감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 정부와 공기업이 리스크를 부담해주니까 일반 국민과 기업들이 에너지 수요 관리나 효율 개선을 해야겠다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공기업을 통한 지원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과도한 한전채 발행이 채권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 시민들이 민감도를 높일 부분은?

“시민들도 더 깊이 에너지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겨울철 난방비와 여름 냉방비에는 집의 상태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전체 건물 731만4264동 가운데 30년 이상된 건물이 39.6%다. 열 집 중 네 집이 노후건물이다. 

노후건물은 열 효율이 낮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건축물의 단열 기준이 상향되기 시작한 건 2001년 이후부터였다. 그린리모델링부터, 창호 교체, 단열페인트와 열 차단 시트 같은 작은 개선까지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도록 개선해야 한다.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뿐 아니라 온실가스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정부든 지자체든 마련하면 좋겠다. 가정용 베란다 태양광이나 자가용 태양광을 직접 설치하거나 지자체에 보급하는 것도 고민해보자.

서울에 보급된 베란다 태양광이 좋은 사례다. 서울에만 12만 가구 정도 설치했다. 2018년에 불볕더위로 여름철 누진 전기요금 우려가 높아지자 그 해에만 4만 가구가 미니태양광을 달았다. 이러한 정책은 에너지 전환,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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