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업황의 변화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불확실한 시장상황과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미래 기술개발에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외에 생활가전과 TV에서도 비용 효율화에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완제품에서 추가적으로 원가절감을 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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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삼성전자는 2분기에 영업이익 8조1천억 원을 냈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분기 각각 10.8%와 1.9%에서 올해 2분기 16.9%, 8.7%로 늘며 전체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2분기 실적에는 3월 출시한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7’ 시리즈의 흥행 성과가 고스란히 반영된데다 에어컨과 TV 등 가전제품이 성수기를 맞아 판매량이 늘어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이런 효과가 사라져 분기별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애플 등 대형 스마트폰업체의 신제품 출시로 경쟁이 본격화돼 삼성전자의 마케팅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7조5천억, 6조2천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도 “하반기 완제품사업이 비수기에 접어들어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가 낮다”며 “실적과 주가가 당분간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3D낸드와 올레드패널 등 부품사업이 하반기 들어 스마트폰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로 성수기를 맞으며 완제품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고 남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안정되고 출하량이 대폭 늘어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스마트폰사업의 이익감소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8조4천억 원, 4분기 8조7천억 원을 내며 실적과 주가가 모두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을 놓고 이렇게 관측이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반도체 업황이 불확실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버와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 저장장치 수요가 늘며 반도체 평균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과 경쟁업체가 물량공세를 강화하며 공급과잉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2분기와 같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느냐 여부는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경쟁사가 반도체 출하량을 줄이며 수익성 강화를 노릴지, 점유율 싸움을 이어갈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불투명한 시장상황을 넘어 경쟁업체와 차별화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적 투자를 더 강화해 미래사업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으로 증명한 것은 본격적인 성장세가 아니라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며 2년 정도의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라며 “지금을 한단계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올레드패널에서도 대규모 투자로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삼성전자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육성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사업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인텔 등 대형 반도체기업에 ‘3D X포인트’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에서 뒤처지는 만큼 삼성전자가 미래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선도적 기술에 중장기적인 계획능력과 시장 주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차세대 기술개발은 향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