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알려진 바이낸스가 국내 진출을 눈앞에 두면서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이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해외 가상화폐 투자에 관한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지만 국내 거래소의 위축과 사법리스크 위험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29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국내 가상화페 거래소와 투자자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
29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고팍스를 인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으로 가상화폐 시세가 하락세를 보이는 동안 고팍스 등 국내 가상화폐 기업의 가치가 줄어들고 있어 인수에 속도가 날 것으로 여겨진다.
고팍스는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공동협의체 닥사(DAXA)에도 참여하고 있어 바이낸스가 국내 진출의 교두보로 눈독을 들일만한 거래소로 꼽힌다.
게다가 FTX의 파산으로 불어 닥친 유동성 위기로 가상화폐 업계에 직원을 해고하거나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바이낸스는 최근 오히려 직원 고용을 늘리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만큼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가상화폐도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바이낸스가 국내에 진출하게 된다면 최근 실적 하락을 겪고 있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타격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2022년 3분기까지 연결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7348억 원, 순이익 3327억 원을 거뒀다. 2021년 3분기의 누적치보다 영업이익은 71.7%, 순이익은 83.8% 감소했다.
또 다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역시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1517억 원, 순이익 401억 원을 냈다. 2021년 3분기 누적치보다 영업이익은 80.7%, 순이익은 93.8% 줄었다.
두나무와 빗썸의 매출 구성에서 가상화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8%와 100%로 알려졌다.
사실상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거래가 매출의 전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4분기에 벌어진 FTX의 파산으로 2곳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직접적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소 빈도가 크게 줄어 2022년 한 해 동안의 수수료를 통한 실적은 크게 위축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바이낸스가 국내에 진출해 많은 수의 투자자가 거래소를 이동하게 된다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2곳 기업의 실적에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나무는 최근 매출 구성을 다변화하기 위해 투자부동산 취득과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라 바이낸스의 진출을 대비할 수준은 아닌 상황이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지만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바이낸스는 최근 미국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으며 경영진의 기소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해 미국 검찰 자금세탁 및 자산 회수과(MARS), 워싱턴 서부지방검찰청, 국가 가상화폐 집행팀 등으로부터 돈세탁 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혐의에는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검찰의 수사에 미국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대응하고 있다.
올해에는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이 바이낸스를 러시아 불법 다크넷 시장의 사기업체에 비트코인을 송금한 거래소로 조사를 하기도 했다.
바이낸스가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 관한 사법리스크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가 국내에 진출한다면 이런 사법리스크가 투자자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바이낸스의 재무구조도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각) 바이낸스가 자체 페그 토큰을 고객 자금과 섞어서 보관했다고 보도했다.
고객 자금과 페그 토큰이 섞여 함께 거래에 사용된다면 안전을 위해 보관해야 하는 담보보다 더 큰 금액이 거래에 사용될 수 있어 고객이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바이낸스의 사법리스크가 가시화되며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더 위축된다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적도 잇달아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