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잇따른 철도 사고에 대한 철도 안전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고 눈총을 받는 나희승 사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2022년 11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잇단 철도사고와 관련해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정부 안팎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나희승 사장 해임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오봉역 사망사고,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 등과 관련해 코레일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12월15일 결과를 통보하고 1월13일까지 코레일의 소명절차를 진행했다.
나 사장은 감사 결과에서 해임 절차 착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 사장이 감사 결과에 불복한다면 국토교통부는 재심의를 거치게 된다. 통상적으로 재심의가 형식적 절차란 점에서 국토교통부의 감사 원안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나 사장의 해임안을 건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통보, 의견진술 등 절차를 고려할 때 다음 달 이후에 해임건의안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국토교통부가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나 사장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에 4조2교대 근무체계에서 3조2교대로 환원을 명령하고 오봉역 등 업무량이 많은 역사에 중견과 신입 직원이 균형 있게 근무하도록 하는 등 인력배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코레일 내에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철도안전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국토교통부가 코레일의 주무기관이라 하더라도 나 사장과 코레일이 추진해야 할 사안을 정부가 앞장서면서 일각에선 나 사장의 해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사실상 조직개편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잇따른 철도안전사고의 배경에 코레일의 방만하고 안일한 조직운영이 있다고 천명했다는 해석도 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17일 대전시 대전조차장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철도공사는 이번에 국토부에서 발표한 철도안전 강화대책의 이행방안을 마련해 일선 현장에 차질없이 정착시키고 직원 모두가 차량정비, 비상상황 매뉴얼 등 기본적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등 철도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나 사장이 정부와 법적 다툼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거취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나 사장은 지난해 3월 대전 열차 검수고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입건돼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장 가운데 첫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입건 사례다.
나 사장이 사임하거나 해임돼 자리에서 내려오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라도 송사를 이어가야 한다. 나 사장의 고심이 커지는 부분이다.
나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끝날 무렵인 2021년 11월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돼 아직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있다.
여권으로부터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버티기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나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제철도연맹 아태지역 의장에 선출됐고 지난해 12월에는 국토부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코레일 임원 인사를 추진하는 등 사실상 사퇴를 거부하는 행보를 보였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