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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1)홍수로 이사만 4번, 기후위기 취약한 이웃나라

이정온 JLEE@oxfam.or.kr 2023-01-11 16: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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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1)홍수로 이사만 4번, 기후위기 취약한 이웃나라
▲ 방글라데시 쿠라가사 마을의 미나 카툰(44)은 연결도로 재건 작업을 하며 '캐시포워크' 활동에 참여했다. '캐시포워크'는 홍수를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사진은 집 앞에 앉아 있는 미나 카툰. <옥스팜코리아> 
[편집자주]기후위기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약하고 책임 없는 사람부터 덮친다. 많은 저소득국가들이 의료시설, 교육, 에너지 등 사회 인프라는 물론 식수와 식량과 같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 조건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자력으로 피해를 복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찾아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재난위험경감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 지역이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2022년에만 1560만여 명의 사람들이 옥스팜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한국 역시 다른 23개국의 선진국과 함께 세계 63개국의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옥스팜코리아 활동가가 듣고 본 방글라데시의 생생한 현장 상황을 칼럼으로 2편에 걸쳐 전한다. 

(1)홍수로 이사만 4번,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웃나라 
(2)마을 남자들이 돈 벌러 타지로 가지 않을 수 있게, ‘캐시포워크’ 

[비즈니스포스트] 방글라데시 쿠라가사 마을의 미나 카툰(45)은 결혼 후 25년 동안 홍수로 주거지를 4번이나 옮겼다. 올해 6월에는 홍수로 2개월 간 이웃집에 얹혀 살았다.

발달장애인인 남편 및 3살 손녀와 함께 지난해 9월 쿠라가사 마을로 이사 한 후 카툰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집의 토대를 높이는 것이었다. 더 이상 옮겨 다니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빚이 많이 생겼다.

카툰네 상황만 이런 것은 아니다. 노야파라 마을의 조호카 카톤(60)은 지난 5년 동안 홍수로 인해 3차례나 거주지를 옮겨 다녔다. 70세 남편 사데크 알리가 유일한 가족인 그녀는 2020년 대홍수 때에는 집이 물에 잠겨 이웃집에서 지내야 했다.

카톤은 올해 6월에도 침실이 물에 잠겨 유일한 소득원인 암소와 함께 집 밖에서 생활해야 했다. 주인은 따로 있지만 암소를 키워주면 판매 후 수익을 주인과 반반 나눌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홍수에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방글라데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홍수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와 천문학적 경제 손실을 발생시킨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홍수의 빈도와 피해규모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북부지역에 위치한 시라지간지(Sirajganj)는 그중 가장 홍수에 취약하다. 자무나(Jamuna) 강의 퇴적물로 형성된 섬인차르(Char) 지역에선 매해 우기마다 불어난 강물로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긴다.

이곳 지방정부도 홍수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다만, 워낙 재정이 부족하다보니 그 역할의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2022년부터 옥스팜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이 지역 사람들의 재건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구축해야하는 인프라를 선정하고 그 작업에 참여할 사람들을 결정하는 것은 마을주민들 스스로가 한다.

옥스팜은 '캐시포워크(Cash for Work)'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을 지원한다. '캐시포워크'는 홍수를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한 예가 노야파라 마을 초등학교의 지반 높이기 작업이다. 이 지역에선 6월 우기가 시작되면 마을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데, 이때 이 마을 초등학교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의 대피소로 활용되곤 한다.

그런데 큰 홍수가 나면 이 초등학교도 물에 잠길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 지반을 높이고 있다. 학교 건물이 위치한 운동장의 지반을 흙으로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것이다. 주변 공터에서 얻은 흙과 그 흙을 단단하게 응집시켜 줄 풀을 섞어서 지반을 다지는 작업이다. 투입되는 건 오직 주민들의 노동력뿐이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캐시포워크’를 통해 일당 4200원 정도를 받는다. 방글라데시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는 정부기관과 국제기구들이 정하고 있는 금액인데, 현지 기준으로도 크지 않은 금액이다.

보상이 적다보니,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마을 내에서도 소득이 가장 적은 취약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한정된 재원을 가장 취약한 주민들에게 지원하고자 하는 '캐시포워크'의 취지와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상황이 좋은 주민들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
 
[옥스팜의 공정한 세상] (1)홍수로 이사만 4번, 기후위기 취약한 이웃나라
▲ 노야파라 초등학교는 '캐시포워크'를 통해 지반 높이기 작업을 진행했다. 이 학교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의 대피소로 활용되곤 한다. 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필자. <옥스팜코리아>
조호카 카톤 역시 초등학교 기반 높이기 작업에 참여해 추가 소득이 생겼다. 이 돈으로 몸이 아픈 남편의 약과 식량을 산다. 현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토대를 높이는 것이지만, 그 비용까지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미나 카툰은 쿠라가사 마을의 연결 도로를 재건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홍수로 유실된 이 도로는 1천 명가량 되는 쿠라가사 마을 주민을 시장과 보건소가 있는 이웃 마을로 연결해준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홍수로 도로가 유실되었고, 우기 때마다 주민들은 고립되었다. 급한 일이 있는 주민들은 나무 보트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매년 익사 사고가 났다.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 2021년에는 7명이 죽었다.

이번에 도로가 재건되면, 주민들은 우기 때에도 시장과 보건소에 안전하게 접근 할 수 있게 된다.

이 작업은 주민들에게 추가 소득원도 주고 있다. 미나 카툰 씨는 이 작업에 참여해 받은 돈으로 빚을 갚고 음식을 마련하고 있다.

카툰의 다른 소득원은 양 한 마리뿐이다. 지금 기르고 있는 양이 새끼를 치면 이를 판매해 돈을 번다. 그 외엔 1년에 40일 정도 진행되는 지방정부의 공공근로로 돈을 번다.

옥스팜은 지방정부와 함께 일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지금은 옥스팜이 이들의 역할을 보완하겠지만, 결국은 지방정부가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2편으로 이어짐.)
이정온 옥스팜코리아 국제개발&CSR팀장은 2010년부터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벌이고 있는 13년차 국제개발전문가다. 2021년 옥스팜코리아에 합류한 후 기후변화 취약지역에서 재난위기 경감사업, 재난현장 보건위생 지원(WASH)사업, 여성 경제역량 강화사업 등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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