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크래프톤에게 2023년은 험난한 한해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출시된 신작 '칼리스토프로토콜(칼리스토)'의 부진과 올해 기대할 만한 신작이 없는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PUBG:배틀그라운드'의 인도 서비스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의 서비스 재개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크래프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전망치 보다 30% 이상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배그 모바일 인도' 서비스 재개가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PUBG: 배틀그라운드' 포스터. |
9일 게임업계와 증권업계 말을 종합하면 크래프톤의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를 최소 30% 이상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별로 내놓은 크래프톤의 2022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207억~4518억 원으로 4440억 원이던 2021년 4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삼성증권 795억 원, NH투자증권 841억 원, 현대차증권 1022억 원이다. 약 1500~1600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것에 비하면 최소 30%대에서 최대 50%까지 감소하는 것이다.
크래프톤의 영업이익 급감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작 '칼리스토' 관련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2021년에 8447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게임개발사 언노운월즈의 영업권 감가상각비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4분기 마케팅 비용은 약 535억 원으로 3분기보다 171.1%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신작 출시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칼리스토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있다.
칼리스토는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린 서바이벌 호러게임 '데드 스페이스'의 개발자가 제작을 맡으며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고 난 뒤에는 PC 최적화 문제와 완성도 부족이 지적되며 이용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현재 칼리스토는 글로벌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긍정적 리뷰와 부정적 리뷰가 혼합된 '복합적(Mixed)'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 순위도 2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칼리스토 누적 500만 장 판매를 예상했지만 현재 매출순위를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누적 200만 장 판매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크래프톤의 2023년 매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던 칼리스토의 성적이 출발부터 신통치 않은 가운데 크래프톤이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신작 '문브레이커'와 '디펜스 더비' 등도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9월 얼리억세스(미리해보기)로 서비스를 시작한 턴제 전략 테이블탑 시뮬레이션 게임 문브레이커의 동시접속자 수는 출시 당일 882명을 기록한 뒤 지속해서 하락해 1월9일 기준으로는 27명에 불과하다.
중국이 지난달 1년6개월 만에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를 발급한 것도 크래프톤의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크로스월드'와 'A3:스틸얼라이브' 등 총 7종의 한국 게임 중국 내 서비스를 허가했다.
현재 크래프톤은 중국에서 텐센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화평정영'에서 로열티 수익을 얻고 있다. 새로운 한국 게임들이 중국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올해 크래프톤의 실적 반등에 기여할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가 될 것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을 두고 "아직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인도 배틀그라운드(BGMI) 서비스 재개가 주가 반등이 기대되는 이벤트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인도 정부는 중국과 국경 마찰을 빚고 있던 2020년 9월 배그 모바일의 글로벌 서비스를 중국기업인 텐센트가 맡고 있다는 이유로 배그 모바일을 인도에서 퇴출시켰다.
이에 크래프톤은 인도 현지 법인을 따로 세우고 2021년 7월 배그 모바일의 인도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를 직접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배그 모바일은 인도에서 출시 1년 만에 누적이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인도는 보안 문제를 이유로 또다시 배그 모바일을 인도 앱 마켓에서 차단했다. 1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잃게 된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새해 들어 크래프톤에 다시 희망이 생겼다. 인도 정부가 1월 중에 배그 모바일의 서비스 차단을 해제할 것이란 전망이 현지 매체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인디아투데이(Indiatoday)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구글은 1월 안에 배그 모바일을 인도 앱 마켓에서 다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칼리스토는 계속해서 패치를 하고 있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배그 모바일 인도 서비스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