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국정수행 긍정평가)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5월 취임 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때 20%대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30%대 후반까지 올라왔고 일부 40%를 넘기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뉴시스가 새해 초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선 43.7%까지 나오기도 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나는데 국민연금이 사실상 반대에 나서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물론 최근 국정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8.56%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한때 등을 돌렸던 핵심 보수 지지층은 대부분 되돌아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 대통령으로선 핵심 지지층을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렇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점점 높아질수록 KT와 포스코홀딩스 두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모두 뚜렷한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인 데다 과거 정치권의 입김에 시달렸던 잔혹사를 겪었기 때문이다.
KT와 포스코홀딩스 둘 다 정부 아래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35%, 포스코 8.5%를 쥐고 있다. 그렇다 해도 지지율이 낮은 시기에는 정부로서도 민간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두 기업이 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특히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나는 만큼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구현모 사장은 애초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이를 놓고 국민연금은 내부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구 사장은 경선을 치러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뽑혔다.
국민연금은 다시 최고경영자 후보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못했다는 명분을 들며 비판하고 나섰다. 절차적 문제점을 들어 사실상 구 사장 연임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KT 최대주주지만 대표이사 선임을 좌우할 정도의 지분은 가지지 못했다.
KT의 2대, 3대주주인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를 합친 지분은 13.27%로 국민연금 지분을 넘는다. 두 회사는 KT와 인공지능, 데이타사업을 위해 제휴하면서 지분을 교환했다. 3월 주총에서 구 사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질 공산이 크다. 더구나 40%가 넘는 외국인투자자들도 연임을 찬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구 사장은 첫 번째 임기에서 KT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 올렸다.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략으로 미래 성장성도 높였다. 국민연금이 절차적 문제를 들어 구 사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명분이 그리 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과거 KT를 향했던 정치적 외압의 재현 가능성은 구 사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KT는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2002년 민영화됐지만 그 이후에도 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정치권의 입김에 내내 시달려야 했다.
구 사장 이전 3명의 KT 대표이사 가운데 2명이 연임에 성공한 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 회장은 임기를 채우긴 했으나 '쪼개기 정치 후원금' 논란으로 검찰수사에 내내 휘둘렸다. 황 전 회장은 결국 퇴임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의 처지도 구 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미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치권의 압박에 크게 시달렸다.
최 회장은 2021년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그 뒤 지난해 3월엔 지주사 체제를 출범해 2차전지와 에너지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착실히 키우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사상 초유의 침수피해를 입자 여권을 중심으로 거센 책임론에 시달렸다.
▲ 포스코그룹 역시 KT와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 잔혹사를 겪은 기업이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사진)이 정치권 외압에서 벗어나 연임 뒤 임기를 채우는 첫 포스코그룹 CEO가 될지 주목된다.
포스코 역시 KT 이상으로 최고경영자 잔혹사를 겪은 기업이다. 공기업이었다가 2000년 민영화된 뒤 CEO들이 모두 연임한 이후 두 번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 했다. 최 회장이 연임 뒤 임기를 채우는 첫 포스코그룹 CEO가 될지 주목된다.
재계에선 더 이상 정치적 외압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KT와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거취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재벌가 오너경영인들이 독단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문제지만 소유분산기업을 정부가 마음대로 휘두르는 일 역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최정우 회장과 구현모 사장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함께 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맞는 신년 행사인 데다 현직 대통령이 2016년 이후 7년 만에 함께 했다는 점에서 두 CEO의 재계 행사 불참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KT나 포스코 같은 소유분산기업을 향한 입김이 커질 수 있지만 별다른 명분 없이 외압을 행사한다면 지지율을 갉아 먹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공정 및 정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