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어깨가 무겁다.”
김성태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3일 서울 중구에 있는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읽기 전 꺼낸 말이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맡고 있는 IBK기업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였다.
김 행장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김 행장은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위기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직면한 복합위기로 고통받는 소기업, 소상공인 등 취약기업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긴장한 듯한 모습의 김 행장과 달리 이날 취임식장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정확히 3년 전인 2020년 1월3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전 행장이 IBK기업은행장으로 첫 출근을 시도하다 낙하산 행장 반대를 이유로 노조에게 저지당한 모습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아마도 직원들의 바람대로 내부출신인 김 행장이 IBK기업은행장에 올랐기 때문으로 보였다. IBK기업은행 노조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조합원의 74%가 내부출신 행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선 IBK기업은행 노조 위원장도 김 행장에 앞서 진행한 인사말에서 다섯 번째 내부출신 행장 배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 노조위원장은 “여러 분들의 표정을 마스크 밖으로 봤는데도 너무 밝아 기쁜 마음이다”며 “표정이 한 분 어두운 분이 있는데 행장만이 어둡다”며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김 위원장은 3개월간 낙하산 행장 임명 반대투쟁을 진행해왔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내부출신인 신임 행장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김 행장과 노조 사이의 밀월 관계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IBK기업은행 사외이사에 노조에서 내세운 인사를 은행에서 추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노조의 염원이 불발될 때에는 김 행장과 갈등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IBK기업은행 사외이사는 IBK기업은행장의 추천으로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최근 정부가 노조 활동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노조추천이사가 임명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 IBK기업은행을 이전대상 기관에 올린다면 현재 KDB산업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이 IBK기업은행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 자회사 대표 선임을 둘러싸고도 행장 선임 과정에 있었던 ‘관치금융’의 논란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IBK기업은행의 자회사 8곳 가운데 5곳의 대표 임기는 지난해 3월과 4월 끝난 상태이지만 후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자회사 2곳의 대표 임기도 올해 1월 말과 3월 중으로 끝나기 때문에 후임 인선이 늦어진다면 후임 인선 작업이 멈춰 선 자회사는 최대 7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IBK기업은행 자회사 대표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을 놓고
윤종원 전 행장이 희망하는 인물과 관계당국에서 원하는 인물이 달라 인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뒷말도 흘러나왔다.
김 행장이 주도할 자회사 대표 인선 결과에 따라 인선 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난다면 내부출신인 김 행장의 취임으로 잦아들었던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는 셈이다.
김 행장은 이날 취임식 이어 진행한 출입기자와의 상견례에서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최우선적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